레드 카펫 ‘검은 물결’ 어두울수록 빛났다

“反성폭력” 골든글로브 시상식

“여기 골든글로브 시상식장에 있는 수많은 아름다운 여성 덕분에 새로운 날이 마침내 밝았습니다. 많은 여성과 경탄스러운 남성들이 누구도 다시는 ‘미투’(나도 당했다)라고 외칠 필요가 없도록 열심히 싸웠기 때문입니다.”(오프라 윈프리)
“性 평등” 골든글로브 검은색 드레스 행렬
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베벌리힐튼호텔에서 열린 제75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 참석한 배우와 감독 등이 성희롱과 성차별에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담아 일제히 검은 의상을 갖춰 입고 등장했다. 지난해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문으로 시작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를 강타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캠페인에서 시작된 것으로, 미투 캠페인을 주도한 여배우와 스태프들이 미국의 직장 내 성폭력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결성한 ‘타임스업’이란 단체가 검은 의상 입기를 주도했다. 왼쪽부터 ① 미 가사노동자연대 디렉터 아이젠푸(오른쪽)와 포즈를 취하고 있는 메릴 스트립 ② 이날 TV 미니시리즈 부문 여우주연상을 받은 니콜 키드먼 ③ 앤젤리나 졸리 ④ 미 스포츠계의 성차별 타파 상징인 테니스 선수 빌리 진 킹(오른쪽)과 함께 나타난 에마 스톤 ⑤ 가슴에 ‘타임스업’ 배지를 단 가수 저스틴 팀버레이크.
로스앤젤레스 AP 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튼호텔에서 열린 제75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장은 검은색으로 물들었다. 성폭력 고발 캠페인 ‘미투’에 참여하는 뜻에서 모든 배우와 감독, 작가, 제작자들은 검은 드레스와 턱시도를 입었다. 수십년 동안 침묵을 강요당한 성폭력 피해자들의 항의를 표시하고 강한 연대의식을 보여 주기 위한 것이다. 시상식은 이날 흑인 여성으로는 처음 공로상을 받은 윈프리가 9분에 이르는 긴 수상소감을 마무리하면서 절정에 이르렀다.
배우 에드가 라미레스가 7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튼 호텔에서 열린 제75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턱시도에 단 ‘타임스 업’ 배지. 미국 직장 내 성폭력과 성차별 문제를 없애기 위한 ‘타임스 업’ 캠페인에 동참한다는 취지다.
로스앤젤레스 AP 연합뉴스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문 폭로 보도로 시작된 ‘미투’로 인해 수많은 미국과 영국의 감독, 제작자, 언론인, 정치인들이 줄줄이 낙마했다. 미투 캠페인을 주도한 여배우들은 미국 전역의 직장 내 성폭력과 성차별 문제를 없애기 위해 ‘타임스업’(Time’s Up)이란 단체를 결성했고, 이 단체를 중심으로 검은 의상 입기 운동이 벌어졌다.

한편 이날 시상식에서는 마틴 맥도나 감독의 영화 ‘쓰리 빌보드’가 드라마·영화 부문에서 작품상, 여우주연상(프랜시스 맥도먼드), 남우조연상(샘 록웰), 각본상(맥도나 감독) 등 4개 부문을 휩쓸었다. 쓰리 빌보드는 성폭행한 뒤 살해된 딸의 억울한 죽음에 복수하고자 3개의 광고판을 내걸고 정부의 무관심에 맞서 싸운 어머니의 투쟁을 그린 영화다. 드라마·영화 부문 남우주연상은 조 라이트 감독의 ‘다키스트 아워’에서 원스턴 처칠을 연기한 게리 올드만에게 돌아갔다. 크레이그 질레스피 감독의 ‘아이, 토냐’에서 라보나 골든을 맡은 앨리슨 제니는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뮤지컬·코미디 부문에서는 그레타 거윅 감독의 ‘레이디 버드’가 작품상과 여우주연상(세어셔 로넌)을 수상했다. 남우주연상은 ‘더 디제스터 아티스트’에서 연출과 주연을 겸한 제임스 프랭크가 받았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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