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유산슬까지 만난 펭수…남은 과제는 ‘지구력’

“다른 캐릭터와 달리 개인기 전적 의존”…EBS “상반기도 일정 소화”

펭수와 방탄소년단, ‘대세들’의 만남
그룹 방탄소년단이 5일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제34회 골든디스크 어워즈’에서 시상자로 나선 펭수와 함께 춤을 추고 있다. 2020.1.5 골든디스크 사무국 제공=연합뉴스
“펭수 당연히 알고 있었죠.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동물 아닙니까?”(방탄소년단 RM)

“진짜 팬이에요. 랩 하는 거 재밌게 봤습니다. 토크도 왜 이렇게 잘하지?”(유산슬)

지난해 하반기 무섭게 성장해 ‘슈퍼스타’ 반열에 오른 EBS 펭귄 캐릭터 펭수는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만큼 바쁜 연말연시를 보냈다.

각종 연말 시상식에 참여하고 보신각 타종까지 하는가 하면, 월드스타 방탄소년단(BTS)은 물론 트로트로 신드롬을 일으킨 유산슬(유재석)까지 만나 그들 못지않은 영향력을 입증했다.

특히 전날 열린 골든디스크 어워즈에서는 베스트 OST(오리지널사운드트랙)상을 시상하고 BTS와 함께 ‘아이돌’, ‘작은 것들을 위한 시’ 안무를 선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큰 몸집에도 민첩한 펭수의 몸놀림에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폭소를 감추지 못했다.

유산슬과의 만남에서는 유산슬의 ‘제작자’라고 할 수 있는 김태호 PD를 불러내 ‘자이언트 펭TV’ 출연을 요구하는 배짱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쯤 되면 펭수에게 붙은 ‘EBS 연습생’이라는 꼬리표는 떨어진 지 오래다. 그리 길지 않은 연습생 생활 후 바로 슈퍼스타가 돼버린 펭수는 누구보다도 뜨거운 연말연시를 보냈다.

문제는 올해다. 짧은 기간 방탄소년단, 유산슬 못지않은 행사·광고·방송 일정을 소화한 펭수는 여전히 일정에 치이는 중이다. EBS 측 역시 “상반기에도 펭수 일정은 현재처럼 유지될 것 같다”고 한다.

하지만 ‘펭수 본체’(펭수 안에서 연기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가 하나뿐인 게 문제다. 펭수 팬들은 이미 알음알음 알려진 펭수 본체에 대해 언급하기를 꺼린다. ‘펭수는 그저 펭수’라는 것이다. 그래도 펭수 본체를 고려하지 않고 펭수의 무한한 일정을 이야기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펭수는 뽀로로 등 다른 EBS 캐릭터들과 달리 본체의 개인기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펭수 본체의 뛰어난 목소리와 행동 연기, 그리고 순발력 덕분에 펭수는 지금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다. 10살 펭귄이라는 펭수가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고 어른이고 어린이고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이해하고 배려하고 존중하면 되는 거예요” 같은 ‘어록’을 남길 수 있었던 것도 오롯이 본체의 힘이다.

그래서 방송가에서는 펭수의 미래에 대해 섣불리 예측하기 어려워한다. 펭수가 지난해와 같은 스퍼트로 레이스를 이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크다. 다른 EBS 프로그램처럼 펭수 본체도 EBS와 출연자 계약을 맺은 상태이기 때문에 이 계약이 어떤 식으로 연장될지도 주목된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6일 통화에서 “펭수는 탈을 쓴 사람의 개인적 역량, 특성과 밀접한 연관이 있고 그 덕분에 인기를 얻었다”며 “해당 인물의 거취에 따라 펭수의 미래도 바뀐다. ‘1대 펭수’, ‘2대 펭수’ 이런 식으로 갈 수도 있지만, 사람이 바뀐 후 인기가 지속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캐릭터는 제작진이 ‘내용’을 채우기 때문에 문제없는데 펭수 같은 사례는 지금까지 없었기 때문에 예측하기도 어렵다”며 “실제 사람과 연결돼 있다는 점 때문에 뽀로로 같은 캐릭터와 비교할 수 없는 불안정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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