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판 미생’ 블랙독, 기간제 쌤을 울리다
김지예 기자
입력 2020 01 08 23:14
수정 2020 01 09 03:32
tvN 드라마 마니아층 형성하며 5% 시청률
정교사·기간제 생생 묘사에 공감 댓글 봇물러브라인 대신 라미란·서현진 ‘워맨스’ 눈길
‘블랙독’은 학생, 교실을 중심에 뒀던 기존 학원물과 달리 교무실을 주요 무대로 한다. 정교사가 아닌 기간제 교사 고하늘(서현진 분)을 중심으로 권력과 차별, 세력다툼이 존재하는 ‘조직으로서의 학교’를 다룬다는 점이 새롭다. 정교사와 기간제가 따로 밥을 먹거나, 5개월짜리 ‘쪼개기 계약’을 강요받는 모습은 비정규직 차별이라는 사회문제와도 겹친다. 학교에 계속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이들은 바늘구멍인 정교사 자리를 얻기 위한 자발적 복종도 마다하지 않는다. 방송 후 게시판에는 “기간제 10년차로 너무 눈물난다”, “계약직 직장인인데 현실은 더하다”는 공감 댓글이 쏟아진다.
학생부 종합전형, 입학사정관제도 등 교육 제도도 정면으로 다룬다. 강남 학교들 중 가장 인기가 없는 대치고 교사들은 학생들을 명문대에 보내기 위해 입학사정관을 찾아가 ‘영업’을 하고, 교육청이 금지한 우열반을 부활시키는 꼼수를 부리기도 한다. 이 와중에 스펙 쌓기나 사교육을 받기 어려운 학생들은 공교육의 틀 안에서 내신을 따려고 고군분투한다. 우열반에 들어가기 위해 경쟁하고, 친구의 참고서를 몰래 카메라로 찍기도 한다. 지난해 jtbc ‘스카이캐슬’이 상류층의 ‘미친 교육열’을 통해 대입 제도를 비판했다면, 블랙독은 학교 내 다양한 계층과 주체들의 분투를 통해 더 광범위한 현실을 조명한다.
진학부장 박성순(라미란 분)이 고하늘의 멘토로서 성장의 조력자가 되면서 러브라인 대신 ‘워맨스’가 자리했다. ‘미생’의 오 과장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이 과정에서 드라마가 찾으려는 건 진정한 스승의 모습이다. 김건홍 CP는 “고하늘을 포함한 모든 선생님들이 그 모습은 다르지만 참된 스승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그리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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