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성소수자 아이콘”…베르사체 수장, 伊정부 반기 든 까닭
최재헌 기자
입력 2023 09 27 08:39
수정 2023 09 27 08:39
“개인 원하는 대로 살 권리 빼앗아”
멜로니 정부 反성소수자 정책 비판
2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에 따르면 베르사체는 전날 밀라노 패션위크 기간에 열린 ‘이탈리아 국립패션협회(CNMI) 지속 가능한 패션 어워드 2023’에서 형평성과 포용성을 위한 인도주의상을 받은 뒤 “이탈리아에서는 소수의 목소리를 옹호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면서 “우리 정부는 개인이 원하는 대로 살 권리를 빼앗으려 하고 있다. 우리는 모두 자유를 위해 싸워야 한다”고 수상 소감을 말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해 10월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집권한 이후 성소수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조치를 잇달아 내놔 인권 단체와 야당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3월에는 밀라노시에 동성애자 커플의 자녀 등록을 중단하라고 지시했고, 6월에는 대리모를 통한 해외 출산을 처벌하는 법안을 추진했다.
베르사체는 1997년 고인이 된 오빠 잔니가 과거 자신에게 동성애자임을 커밍아웃한 일을 떠올리며 “오빠가 나에게 게이라고 말했을 때 나는 불과 11살이었다”면서 “그 후로 난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난 오빠를 사랑했고, 오빠가 누구를 사랑하든 상관하지 않았다. 오빠의 사랑과 격려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면서 “여러분이 원하는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자유를 원한다”고 말했다.
베르사체는 “나는 퀴어(성소수자) 아이콘으로 불리고 있고, 그것이 매우 자랑스럽다”면서 “나는 매일 자유, 형평성, 포용성을 위해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 친구들과 내 팀은 인종, 종교, 나이, 성별, 성적 지향이 아니라 창의성, 개방성, 기쁨, 친절에 의해 정의된다”며 “우리가 모두 서로를 더 수용하고 더 이해한다면 얼마나 놀라운 세상이 될까요”라고 말했다.
한편, 1978년 잔니 베르사체가 창업한 명품 베르사체는 화려하고 대담한 디자인으로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1997년 잔니 베르사체가 사망한 이후 여동생인 도나텔라 베르사체가 그룹 부회장이자 수석 디자이너를 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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