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북송·재탈북’ 청년, 탈북민 출신 첫 ‘韓대학 정교수’ 됐다
윤예림 기자
입력 2023 10 05 14:10
수정 2023 10 05 14:14
5일 부산외대에 따르면 김성렬(38) 외교 전공 교수는 2학기부터 국제정치이론, 남북 관계론, 미국 외교 정책론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12세 때 가족들과 탈북→북송돼 수용소 생활김 교수는 1985년 함경북도 청진에서 태어났다. 집안 사정이 어려웠던 그는 하루 세끼를 챙겨 먹기 어려웠고, 풀과 국수를 섞은 풀 국수 죽으로 연명했다. 어머니가 장마당(시장)에서 밀가루 장사를 하며 어렵게 생계를 이어갔으나 외화벌이 업체들이 장마당에 나타나자 상황은 더 힘들어졌다.
김 교수 나이 12세가 되던 3월, 그의 어머니는 자식들과 목숨을 걸고 첫 탈북을 감행했다. 김 교수 가족은 두만강을 건너 탈북 후 중국 공장에 정착했는데, 3년째 되던 해 주변인 신고로 중국 공안에 붙잡혀 어머니, 누나와 함께 북송됐다.
3개월간 수용소 생활을 한 후 다시 청진으로 간 그는 피폐한 삶을 견디지 못해 두달 만에 또다시 탈북을 시도했다. 2000년 8월 북한을 벗어나는 데 성공한 그는 첫 탈북 때 일하던 공장에 자리를 잡았다. 두달쯤 지나 어머니와 누나도 북한에서 탈출해 중국으로 왔다.
재탈북 후 2005년 한국 정착…미국서 박사학위탈북과 북송, 수용소 생활, 재탈북을 거친 김 교수는 스무 살이던 2005년 한국에 정착했다.
북한에서 교육 격차가 신분 격차로 이어지는 구조를 절감한 김 교수는 공부하겠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한국에 왔다고 한다. 한국 초등학교 과정인 북한 인민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했던 그는 탈북 청소년을 위한 대안 학교에 다니며 1년여 만에 초·중·고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김 교수는 어렵게 대학에 진학했지만 기초 학력 부족으로 휴학과 복학을 되풀이하다 경북 포항에 있는 한동대를 7년 만에 졸업했다.
국제 정치와 외교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공부를 더 하기로 결심했고, 연세대 대학원을 거쳐 미국 시러큐스대 맥스웰스쿨에 진학했다. 이후 도서관에서 1년 6개월 동안 밤낮으로 공부한 결과 박사학위를 딸 수 있었다. 시러큐스대 맥스웰스쿨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졸업한 정치학 명문 학교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공부하다 보니 분단의 현실을 알게 됐다”며 “그 속에서 살고 있는 탈북민으로써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교수가 되고자 했던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북한의 인재들도 해외에서 공부할 수 있는 변화가 왔으면 좋겠다”며 자신이 그러한 변화를 이끄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전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는 “수도권에 집중돼있는 남북 교류 관련 연구를 부산에서 활성화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해외 유학이나 공부에 관심 있는 탈북민들도 적극적으로 돕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업과 연구에 충실한 교수가 되고 싶다”며 교수로서의 다짐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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