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이 아이디어 제시하자…14억짜리 사업, ‘200만원’에 해결
윤예림 기자
입력 2024 02 26 16:27
수정 2024 02 26 16:30
양산시 시설관리공단은 지난 8일 소셜미디어(SNS)에 ‘양산종합운동장, 관람석 원색복원 작업’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영상을 보면 종합운동장 관람석에 앉아 짜장면을 먹던 한 직원은 “짜장면 맛이 와 이리 밍밍하노. 아저씨, 여 불맛 좀 입혀주이소”라고 말한다. 이에 옆에 있던 또 다른 직원이 “불맛 좀 넣어드릴게요”라고 말한 뒤 LP가스를 활용해 의자 색을 바꾸는 모습이 담겼다.
공단은 영상과 함께 “양산종합운동장에서는 토치를 활용해 노후된 플라스틱 의자 원색복원작업이 한창”이라며 “교체시 14억원, 도색시 2억원의 예산이 발생하는 사업에 200여만원과 자체 인력을 활용해 새 의자처럼 만들어낸다”고 적었다.
이처럼 공단이 보수작업 예산을 절약할 수 있었던 것은 정경호 양산시설관리공단 종합운동장팀 대리가 제안한 아이디어 덕분이다.
지난 2002년 지어진 양산종합운동장은 지역의 각종 행사부터 도민체전까지 담당하는 양산 대표 랜드마크다. 그러나 오랜 시간 외부에 노출되면서 관람석이 빛바랬고, 공단이 관람석 교체작업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문제는 비용이었다.
이때 정 대리가 인터넷에서 ‘가열시 플라스틱 원색 복원 원리’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 플라스틱에 열을 가하면 원래의 색을 되찾는 화염방사 기법으로, 열가소성 플라스틱에 열을 가하면 자외선 등으로 변형됐던 분자 구조를 다시 돌아오게 하는 원리다.
이후 일부 좌석에 테스트한 후 7개월간 변형상태를 지켜본 결과 문제가 없는 것을 확인했다. 공단 직원들은 지난 1월부터 자체 보수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 대리는 스브스뉴스에 “플라스틱에 열을 가하면 원래의 색을 되찾는 화염방사 기법 영상을 보고 처음엔 사기라고 생각했다. 제가 집에 있는 가정용 토치를 가져와서 살짝 한 군데 테스트를 해보니까 색이 정말 영상처럼 잘 나오더라. 깜짝 놀랐다. 그래서 ‘어? 이 정도면 우리가 해도 되지 않을까’ 싶어서 한 번 해보니까 전부 다 환호성을 지르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공단 직원들이 시간 날 때마다 작업을 하니까 빠르면 3월 정도면 끝날 것 같다”며 “저희 공단 직원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니까 시민들이 안전하게 이용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박성관 공단 이사장은 “양산종합운동장은 경남도민체전 등 지역의 대규모 행사, 스포츠 등을 유치하는 양산의 랜드마크로서 매우 중요한 시설”이라며 “누구보다, 그 무엇보다 시민의 안전과 이용 편의를 위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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