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 차로 친 며느리 ‘오열’…“7년을 매일 찾아가 돌봐”
김유민 기자
입력 2024 03 19 06:30
수정 2024 03 19 10:11
주민들 “효부 중 효부였다” 안타까움
경찰 “시골주택 주변 어두워 못 본듯”
18일 전북 익산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 1분쯤 익산시 성당면에서 A(55)씨가 마당에 누워있던 시어머니 B(91)씨를 차로 치었다. B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다.
사고 당시 A씨는 골목길에서 마당으로 진입하다 시어머니를 미처 발견하지 못해 사고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치매를 앓고 있던 B씨는 며느리가 오기 2시간 전부터 마당에 나와 있다 그대로 잠이 든 것으로 조사됐다.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A씨는 7년 전부터 시어머니를 돌봤다고 한다. B씨가 거동이 불편해지자 A씨 부부는 요양병원으로 모시고 싶어 했지만 B씨는 “고향 집에서 자다가 죽고 싶다”면서 이곳에서 혼자 생활해왔다.
A씨는 매일 오전 8시 40분쯤 B씨의 집을 찾았고, B씨가 주간보호센터에 있는 동안 직장에서 근무를 했다. 이후 오후 4시 40분쯤 B씨의 귀가 시간에 맞춰 돌아와 식사 등을 챙겼다. 수도권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A씨의 남편은 집안 곳곳에 CCTV를 설치하고, 금요일 오후에 익산으로 내려와 어머니를 돌보다 일요일 저녁이나 월요일 새벽에 출근하는 생활을 반복했다.
사고가 발생한 날에도 A씨는 B씨를 돌보기 위해 골목길에서 우회전해 마당으로 진입하다가 사고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사고 직후 충격에 말을 잇지 못하고 오열했다고 한다.
마을 주민들은 연합뉴스에 “딸도 아니고 요즘 그런 며느리가 어디 있다고…. 요즘 그런 효부가 어디 있느냐. 고생, 그 생고생 다 해놓고 안타까워서 환장하겠네”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현재 경찰은 A씨를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구체적인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시골에 있는 주택 주변이 어두운 데다 마당 진입 시 시야 확보가 어려워 운전자가 마당에 누워있던 시어머니를 미처 발견하지 못해 사고가 난 것으로 보인다”며 “사고자의 진술 등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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