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범, 수류탄까지 던졌다”…긴박했던 페루 ‘한국인 구출’ 당시 상황
김민지 기자
입력 2024 09 26 06:36
수정 2024 09 26 08:44
중남미 페루에서 한국인 1명이 납치됐다 하루 만에 현지 당국에 의해 안전하게 구출됐다. 납치범들은 경찰을 따돌리기 위해 총격전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수류탄까지 던진 것으로 전해졌다.
26일 외교부와 외신 등에 따르면 한국인 사업가 A씨는 지난 24일(현지시간) 새벽 페루 수도인 리마에서 지인과 헤어진 후 현지 범죄조직에 납치됐다가 하루 만인 25일 무사히 구출됐다.
앞서 피랍 당일 A씨 회사 직원은 A씨 휴대전화로 연락했다가 신원미상의 인물이 전화를 받는 것을 확인했으며, 피해자 가족은 납치 정황을 의심해 현지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현지에서 상당 기간 사업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주페루 대사관은 납치 신고를 접수한 직후 현지 경찰청 및 피랍자 가족과 소통하면서 필요한 영사조력을 제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본부도 재외국민보호대책본부를 즉시 가동해 회의를 열고 안전 대책을 논의해왔다.
페루 내무부와 경찰청(PNP) 설명에 따르면 납치범들은 피해자 측에 거액의 몸값을 요구한 뒤 다른 장소로 이동하다 경찰의 포위망에 걸려들었다.
납치범들은 경찰을 따돌리기 위해 차량을 거칠게 몰며 경찰과 총격전도 벌였다.
이들은 도주 과정에서 경찰차를 향해 수류탄 2개를 던졌고, 이 중 1개가 폭발하면서 경찰관 1명이 다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경찰은 추격 끝에 용의자 3명을 체포하고 한국인을 구출했다. A씨는 범죄에 쓰인 차량 뒷좌석 바닥 쪽에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병원으로 이송된 상태로 안전이 확인됐다.
현지 일간 엘코메르시오는 체포된 피의자 신원을 에두아르도 호세 블랑코(29), 빅토르 마누엘 카스트로 우르타도(25), 안데르손 아브라암 라벤테이슨 베탄쿠르(29)라고 보도했다.
페루 당국에 따르면 이들은 베네수엘라 국적으로, ‘로스 차모스 델 나랑할’이라는 이름의 범죄 조직에 소속돼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번 사건 공범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추가 수사를 하고 있다.
한편 남미 국가 중 그간 비교적 안정적인 치안 상태를 유지하던 페루에서는 팬데믹 전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경제난 등으로 인한 납치 사건이 늘고 있다.
2020년 1698건이었던 페루 납치사건 발생 건수는 2021년 2860건, 2022년 3398건, 2023년 4060건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주페루 한국대사관은 지난 5월 관련 안전 공지를 통해 ‘납치범을 자극하지 말고 몸값 요구를 위한 서한이나 녹음을 요청할 때는 이에 응할 것’, ‘이동할 경우 도로 상태 등을 최대한 기억할 것’, ‘구출된다는 희망을 갖고 최대한 건강 상태를 유지할 것’ 등과 같은 피해 시 행동 요령을 공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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