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이제 편히 지내”
윤예림 기자
입력 2024 10 12 12:54
수정 2024 10 12 14:11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주인공인 고 문재학군의 어머니 김길자(84)씨가 “책 한권으로 5·18의 진실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며 한 작가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김씨는 1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강 작가님이 우리 재학이 한을 풀어줬다”며 이같이 말했다.
1980년 5월 항쟁 당시 광주상고 1학년이었던 문재학군은 최후항쟁이 벌어진 옛 전남도청을 사수하기 위해 남아있다가 무력 진압에 나선 계엄군의 총탄에 맞아 세상을 떠났다.
한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는 그를 모티브로 한 주인공 ‘동호’와 주변 인물들의 아픔을 다뤘다.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된 전날 뉴스를 통해 수상 소식을 들은 김씨는 “너무 기쁘고 좋아서 심장이 멈추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아들을 잃은 상처가 여전히 아물지 않은 김씨는 차마 이 책을 다 읽지는 못했지만, 5·18을 세상에 알릴 수 있게 돼 기쁘다고 했다.
그는 “내가 백 마디 투쟁한 것보다 작가님의 책 한권으로 5·18의 진실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며 “노벨문학상을 받았으니 국내를 넘어 세계적으로 5·18을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조금 전에 재학이 영정사진을 내놓고 ‘재학아 이제 네가 못 이룬 것 다 이뤄졌으니 이제 걱정하지 말고 (하늘나라에서) 친구들이랑 즐겁게 지내라’고 당부했다”며 “(아들이) 이제 다 잊어버리고 편히 지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 작가의 작품 중 ‘소년이 온다’를 추천한 안나 카린 팜 노벨 문학위원회 위원은 “1980년 한국 군대가 민주주의와 인권을 요구하던 학생과 민간인 100여 명을 학살한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매우 감동적이고 때로는 끔찍한 이야기”라고 책을 소개했다.
이어 “이 책은 그 자체로 잔인한 권력의 소음에 대항할 수 있는 매우 부드럽고 정확한 산문”이라면서 “한강은 산 자와 죽은 자가 어떻게 얽혀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트라우마가 어떻게 여러 세대, 때로는 집단에 남아있는지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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