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진상조사 요청 안 했다” vs 서 검사측 “또 허위 유포”

법무부-서 검사측 갈등 고조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2일 정부과천청사에서 법무부 성범죄 대책위원회 발족 및 장관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한 후 근심 어린 표정으로 엘리베이터에 오르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서지현 검사 성추행 사건을 방치했다는 의혹에 대해 사과했다. 하지만 성추행에 대한 진상조사 요구는 없었다는 법무부의 해명을 서 검사 측이 반박하고 나서면서 법무부와 서 검사 측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법무부는 당시 사건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한 명확한 해명도 내놓지 않았다.
박 장관이 성추행 피해를 폭로한 서지현 검사에게 지난해 10월 “서 검사가 경험하고 지적한 사실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습니다”라고 답장을 한 이메일이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박 장관은 2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 발족식에서 법무부 조치에 대해 사과하며 “서 검사에 대한 비난, 공격, 폄하 등은 있을 수 없으며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 검사 측 변호인은 설명자료를 배포해 “피해자 음해 발언 엄중대처 지시를 내릴 계획이라고 밝힌 것에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법무부는 지난해 11월 서 검사와 담당자가 만났을 때 성추행 진상조사 요청은 없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지난해 9월에 온 메일을 10월에 확인했고, 11월에 검찰과장을 만났다”며 “서 검사가 성추행 진상조사나 공론화하고 싶다는 의사는 없었고, 인사불이익을 호소했지만 근속기간이 지나지 않아 인사 발령이 어렵다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면담 이후 진상조사나 후속조치가 진행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통영지청장에게 연락해 (서 검사를) 배려해 달라고 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서 검사 측은 “법무부 면담 과정에서 성추행 피해, 부당한 사무감사, 인사발령 등 모든 문제에 대한 진상조사를 요구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성추행 진상조사 요구가 없었다는) 법무부의 답변은 객관적 사실에 반하는 것으로서 또 다른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서 검사 측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는 법무부의 ‘말 바꾸기’로 논란이 됐던 법무부 장관 면담 요청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이메일 전문을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이메일은 지난해 9월 29일 오전 10시 49분 서 검사가 박 장관에게 직접 보낸 것으로 “2010년 10월경 안태근 전 검찰국장으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하였고, 그 후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사무감사 및 인사발령을 받고 현재 통영지청에 근무하고 있다”면서 “장관님을 직접 만나 뵙고 면담을 하기를 원한다”고 적혀 있다.

이에 박 장관은 10월 18일 오후 3시 45분에 보낸 이메일을 통해 “이메일 확인을 늦게 해서 답장이 늦었다. OO이 보낸 문건을 통해 서 검사가 경험하고 지적한 사실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면서 “검찰국의 관련자로 하여금 면담하도록 지시하였으니 검찰과장에게 구체적인 일시를 사전에 알려주기 바란다”고 답했다.

서 검사 측은 이메일을 공개한 이유에 대해 “언론 인터뷰 이후 검찰 조직 내에서 내부 문제를 외부에서 해결하려 한다는 것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됐다”면서 “피해자가 내부에서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했다는 사실을 설명하면서 법무부 장관에게 메일 보낸 사실을 언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서 검사 측은 기존 김재련 변호사를 포함해 총 9명의 변호인을 공동 대리인단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상철 전 부장검사, 이인재 대한변협 인권위원, 김기욱 전 판사, 정혜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변호사, 조순열(사법연수원 33기 동기대표) 변호사 등이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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