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판사가 법원 비리 수사기밀 빼돌려…검찰, 압수수색
입력 2018 08 23 10:57
수정 2018 08 23 11:23
전직 심의관이 집행관 비리 수사정보 법원행정처에 보고
‘연루 의혹’ 고법부장 영장은 기각…“사실상 동일한 범죄혐의” 검찰 반발
법원행정처 심의관을 지낸 현직 부장판사가 법원 직원의 비리 혐의에 대한 수사기밀을 빼돌려 법원행정처에 보고한 정황이 포착돼 검찰이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신봉수 부장검사)는 23일 오전 대구지법 포항지원 나모(41) 부장판사와 전 서울서부지법 직원의 사무실 등지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나 부장판사가 서울서부지법 기획법관으로 근무하던 2016년께 서울서부지검이 수사한 법원 집행관 비리사건의 수사기밀을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유출한 정황을 포착했다.
당시 서울서부지검은 법원 집행관사무소 소속 직원 10명이 강제집행을 하면서 노무 인원을 부풀려 청구하고 인건비를 가로챈 혐의로 수사를 벌였다.
검찰은 나 부장판사가 영장전담 판사로부터 법원 직원들에 대한 계좌추적 상황과 통신·체포영장 청구 등 수사기밀을 빼내 임 전 차장에게 보고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법원 비리 수사가 확대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법원행정처가 조직적으로 수사정보를 들여다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나 부장판사는 임 전 차장이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으로 있던 2013∼2014년 기획제1·2심의관으로 근무했다.
검찰은 나 부장판사와 비슷한 수법으로 수사기밀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 신광렬(53)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압수수색 영장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신 부장판사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 근무하면서 최유정 변호사와 김수천 부장판사 등이 연루된 법조비리 사건의 수사기밀을 법원행정처에 유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신 부장판사가 임 전 차장에게 송부한 범죄 혐의 관련 보고서를 취득해 가지고 있으므로 압수수색을 통해 그 이상 어떠한 증거자료를 취득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압수수색을 허용하지 않았다.
박 부장판사는 “영장전담 판사들을 통해 얻은 수사 진행 상황을 전달한 것이 공무상 비밀누설이라고 보는 것에 의문이 있다”거나 “(압수수색 대상 장소에) 혐의사실 입증을 위한 자료가 존재한다는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점도 기각 사유로 들었다.
검찰은 영장전담 판사를 통해 수사기밀을 빼돌린 두 사람의 범죄 혐의가 사실상 같은데도 신 부장판사의 압수수색 영장은 기각했다며 반발했다.
검찰 관계자는 “나 부장판사가 임 전 차장에게 보낸 보고서 역시 확보한 상태이므로 영장기각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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