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獨 등 법원서 訴 각하… 시위자 개별 책임만 물어
기민도 기자
입력 2018 08 28 22:20
수정 2018 08 29 07:37
‘전략적 봉쇄 소송’ 차단해 집회·시위 보장
해외 선진국에서도 국가가 집회·시위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 법원에서 각하된다. 책임을 묻더라도 시위자의 행위를 개별적으로 판단한다. 시위대의 목소리를 차단하려는 ‘전략적 봉쇄 소송’을 인정하거나 시위자의 행위를 공동 불법 행위로 책임을 물으면 집회·시위의 자유가 위축된다고 보기 때문이다.28일 이계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에서는 경찰 등이 제기하는 ‘전략적 봉쇄 소송’을 법원이 조기 각하하는 방식으로 적절히 견제한다”고 말했다. 이어 “독일에서는 ‘그론데 판결’ 이후 민사법상 책임 기준이 엄격해지면서 국가가 제기한 민사 소송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독일에서 1984년 연방대법원의 ‘그론데 판결’ 이후 국가 손해배상 소송에 대한 기준이 마련됐다고 소개했다. 1970년대 니더작센주 그론데 지역에서 원자력발전소 건립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고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했다. 니더작센주와 경찰은 시위대에 23만 마르크(당시 환율로 1억 4000만원) 규모의 포괄적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은 “단순히 기본권 행사 과정 중에 일어난 행위, 특히 경찰의 물리력 행사에 소극적으로 저항하거나 경찰의 위법한 행위에 적극적으로 반발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행위는 손배 청구 대상이 될 수 없다”면서 “어떤 상황에서 어떤 폭력이 발생했는가는 반드시 구체적으로 입증돼야 한다”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2003년 3월 미국 시카고에서 있었던 이라크전 참전 반대 집회와 관련한 법원 판결도 같은 맥락이다. 당시 1만명의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했고 체포된 313명은 소송을 당했다. 시카고시와 경찰은 시위자들이 도로 교통을 방해하고 공해를 발생시켰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는 경우 책임을 부과할 인과관계를 구체적으로 따져야 한다”며 기각했다.
이 교수는 “우리도 사법부도 전략적 봉쇄 소송이라는 판단이 들면 일정 수준에서 이를 차단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며 “손배 소송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개별 행위자들의 행위를 따로 보도록 하는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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