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생존자들, 국가상대 손배소 승소…“1명당 8천만원 배상”
입력 2019 01 14 14:53
수정 2019 01 14 16:20
법원, 구조과정 위법행위 인정…“정신적 손해배상 의무 있어”
‘특별법 따른 배상거부’ 후 민사소송 제기 4년만에 승소세월호 사고 생존자와 가족들에게 국가와 선사인 청해진해운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수원지법 안산지원 민사1부(손주철 부장판사)는 세월호 생존자 20명(단원고 학생 16명·일반인 4명)과 가족 등 총 76명이 국가와 청해진해운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다고 14일 밝혔다.
원고들이 2015년 4·16 세월호 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에 따른 배상을 거부하고 소송을 제기한 지 4년 만이다.
법원은 생존자 본인 1명당 8천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고, 단원고 학생 생존자의 부모·형제자매·조부모에게 400만∼1천600만원, 일반인 생존자의 배우자·자녀·부모·형제자매에게 200만∼3천200만원을 각각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로 소송 과정에서 소를 취하한 일반인 생존자 1명을 제외한 19명의 생존자와 그 가족들이 위자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예컨대 부모가 모두 있고, 형제자매가 없는 단원고 생존 학생 가정의 경우 1억1천200만원의 위자료(본인 8천만원·부모 각 1천600만원)를 지급받게 된다.
법원은 당시 구조에 나선 해경이 퇴선 유도조치를 소홀히 한 직무상 과실, 세월호 출항 과정에서 청해진해운 임직원이 범한 업무상 과실,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이 구호 조치 없이 퇴선한 위법행위 등을 모두 인정했다.
아울러 이러한 위법행위와 세월호 생존자, 또 그 가족들이 사고 후 겪은 정신적 고통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생존자들은 퇴선 안내조치 등을 받지 못한 채 뒤늦게 탈출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고, 침수된 세월호 내에서 긴 시간 공포감에 시달렸을 것으로 보인다”며 “생존자와 가족들은 현재까지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우울, 불안 증상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세월호 수습 과정에서 정확한 구조·수색 정보를 제공하지 않음으로써 혼란을 초래했고, 피해자 의견을 반영한 체계적인 의료, 심리, 사회적 지원을 하지 못한 채 지원대책을 사전에 일방적으로 발표하거나 과다 홍보해 원고들이 2차 피해에 노출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소송을 맡은 법무법인 측에서는 사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던 세월호 생존자들이 사고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인정받고, 피해 회복을 위한 첫 단추를 꿰었다는 점에 대해 큰 의미를 뒀다.
법무법인 원은 “이 사건 판결은 세월호 사고 수습 및 피해자 지원대책 마련 과정에서 발생한 정부 측의 2차 가해에 대한 책임을 일부 인정한 부분에 큰 의미가 있다”며 “세월호 생존자와 가족들이 이번 판결로 위로와 치유를 받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 당사자들의 항소 여부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
앞서 법원은 지난해 7월, 세월호 사고 희생자 유족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와 청해진 해운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희생자 1명당 2억원, 친부모에게는 각 4천만원씩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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