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죄 확정 이끈 일관된 피해자 진술
김헌주 기자
입력 2019 09 09 22:34
수정 2019 09 10 02:13
유일 직접증거 ‘진술’ 신빙성 있다고 결론
안희정 수차례 진술 번복도 판결에 영향김씨는 지난해 3월 한 방송에 출연해 안 전 지사로부터 성폭행 피해를 당했다고 폭로한 뒤 검찰 조사에서 피해 사실을 상세하게 밝혔다. 검찰은 김씨의 진술 등을 토대로 10개의 범죄 사실을 특정했다. 안 전 지사의 공소장에는 시간 순서에 따라 4차례의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피감독자 간음), 1차례의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5차례의 강제추행 사실이 적시됐다. 피해 장소, 일시뿐 아니라 피해 전후 안 전 지사의 말투 및 행동 등에 대한 김씨의 기억이 구체적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다만 10건의 피해 중 도지사 집무실에서의 강제추행 피해에 대해서는 김씨의 진술이 분명하지 않았는데 결국 항소심과 대법원도 이 부분은 무죄로 봤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김씨가 집무실에서도 추행 피해를 입었다고 반복 진술해 실제 김씨가 피해를 입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하지만, (김씨의 진술이) 구체적이거나 일관된다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봤다.
김씨로부터 피해 사실을 전해 들은 안 전 지사의 전임 수행비서가 검찰과 법정에서 일관되게 진술하고, 김씨의 진술과도 부합한 점도 김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리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항소심은 “전임 수행비서가 안 전 지사에게 불리한 허위의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사정이 있다고 볼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다”고 지적했다.
안 전 지사의 진술이 수차례 번복된 것도 김씨의 진술 신빙성을 높인 요인이 됐다. 안 전 지사는 김씨의 폭로 직후 페이스북에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는 비서실 입장은 잘못”이라고 했다가 검찰 조사에서는 “성폭행이라고 표현되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후 법정에서도 진술을 번복하자 항소심 재판부는 “안 전 지사가 자신이 한 진술의 취지를 계속 번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트윅, 무단 전채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