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울산경찰, 가명진술 또 받아…김기현 의혹 부풀려
기민도 기자
입력 2019 12 15 12:05
수정 2019 12 15 18:39
송병기 말고도 측근 비리 의혹에 한 사람이 실명·가명 동시 진술
경찰 “각각 다른 사건, 주변 공무원 잘못한 진술은 실명 꺼려”
송병기와 유사하게 ‘남들에게 들었다’ 전언은 가명진술
진술 부풀리기로 김기현 수사확대 시도, 검찰 예의주시
청와대 하명수사 및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의 레미콘 업체 비리 의혹’에서 송병기 경제부시장이 작성한 ‘가명 조서’의 의도 등을 살피는 가운데, ‘김기현 전 시장 측의 아파트 비리 의혹’의 핵심 참고인이었던 A씨도 실명과 가명으로 조서를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성폭력 피해자 등이 아닌데도 가명 조서를 작성한 건 매우 이례적이다. 검찰은 A씨 사례가 송 부시장 건과 유사하게 당시 울산지방경찰청이 김 전 시장 의혹을 부풀리기 위한 일종의 ‘꼼수’로 보고 관련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15일 검찰과 경찰 등에 따르면 울산경찰청은 지난 6월 김 전 부시장 관련 인사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반발해 내부적으로 반박 보고서를 작성한다. 서울신문이 입수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울산시 내부 관계자 김철수(가명)씨는 경찰 참고인 조사에서 “2014년 7월 김기현 시장이 취임하자 B업체에서 추진 중인 아파트 인허가 사업이 매우 급속히 진행됐다”며 “이 과정에서 인허가 관련 공무원들의 편의 제공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김씨에 대해 각주로 ‘시청에서 근무하는 별정직 6급으로 익명 조서를 요구함’이라고 달았다. 그는 “박기성 전 비서실장이 관련 공무원들에게 ‘도시계획심의에 인허가 통과를 못 하면 다들 옷 벗을 각오를 하라’고 소리친 적이 있다는 것을 들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경찰은 김씨의 진술 등을 근거로 울산시 공무원들의 직권남용 정황이 있다며 추가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제는 가명인 김씨가 보고서 상에서는 여러 차례 ‘A씨’라는 실명으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사람은 하나인데 결과적으로 참고인 진술을 한 사람은 2명으로 늘어나는 셈이다. 건설업자 김흥태씨가 2014년 3월 선거를 앞두고 아파트 사업권을 대가로 김 전 시장의 동생과 ‘30억원의 용역계약서’를 맺었다고 주장하는 사건에서 A씨는 핵심 참고인으로 등장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A씨는 경찰조사에서 김 전 시장의 동생이 김흥태에게 김 전 시장을 통해 B업체 사업 인허가에 관여할 것을 약속한 사실에 대해 4차례 걸쳐 일관된 진술을 했다. 경찰은 A씨가 어떤 배경의 사람인지도 각주로 자세히 설명해놨다. 동일 인물이 같은 보고서에서 실명과 가명으로 등장한 것이다.
이에 경찰은 각각 다른 사건이라고 해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2017년 진행된 울산시청 공무원들의 직권남용과 관련 조사는 동료 공무원들의 비위 문제라 A씨가 가명으로 진술하기를 원했다”면서 “2018년 1월 5일 이후 김 전 시장 동생의 변호사법 위반 관련한 조사에서는 실명으로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스스로 작성한 보고서에서 이들 사건에 대해 ‘동일한 아파트 사업과 관련된 두 가지 사건’이라고 표기했다. 크게 보면 하나로 이어지는 사건임을 경찰 스스로도 인정한 것이다. 경찰이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김 전 시장의 동생을 검찰에 송치한 사건에서 핵심 진술로 삼았던 참고인이 이 수사를 김기현 전 시장의 측근(김 전 시장의 형과 비서실장)으로 확대하려고 한 의혹에서는 가명으로 등장하는 셈이다.
송 부시장과 A씨는 ‘전언’을 가명 진술했다는 비슷한 측면도 있다. 직접 목격한 게 아닌 ‘목격한 것을 봤다’는 사람의 이야기를 전한 것이다. 실제 A씨는 자기가 직접 목격한 건설업자 김흥태씨와 김 전 시장의 동생의 만남 등은 실명으로 진술하지만, 공무원 내부 이야기는 익명으로 전했다. 김 전 시장 선거캠프 내부 사람이라는 것을 드러낼 때는 실명으로, 내부 공무원임을 보여줄 때는 익명의 공무원으로 등장하고 있다.
A씨는 본인의 ‘신분’을 숨기려 시도한 정황도 드러난다. A씨는 2017년 9월 울산시에서 퇴직했다. 그러나 건설업자 김씨의 고발에 대한 중요 참고인 진술을 하던 2018년이나 보고서가 작성된 올 6월에는 퇴직 공무원 신분임에도 ‘시청에서 근무하는 별정직 6급’이라는 표현을 썼다. 경찰 관계자는 “본인이 별정직 6급이라고 했기 때문에 그렇게 적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관련 의혹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김태은 부장검사)는 이러한 정황을 확인하고 수사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경찰 내부 보고서에는 실명을 적고 법적 효력을 갖는 참고인 조사에만 익명을 쓴 송 부시장과 달리 A씨는 두 건의 참고인 조사에 실명과 익명을 번갈아 쓴 데 대해 부풀리기 의혹이 더욱 뚜렷하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진선민 기자 jsm@seoul.co.kr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경찰 “각각 다른 사건, 주변 공무원 잘못한 진술은 실명 꺼려”
송병기와 유사하게 ‘남들에게 들었다’ 전언은 가명진술
진술 부풀리기로 김기현 수사확대 시도, 검찰 예의주시
15일 검찰과 경찰 등에 따르면 울산경찰청은 지난 6월 김 전 부시장 관련 인사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반발해 내부적으로 반박 보고서를 작성한다. 서울신문이 입수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울산시 내부 관계자 김철수(가명)씨는 경찰 참고인 조사에서 “2014년 7월 김기현 시장이 취임하자 B업체에서 추진 중인 아파트 인허가 사업이 매우 급속히 진행됐다”며 “이 과정에서 인허가 관련 공무원들의 편의 제공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진술했다.
문제는 가명인 김씨가 보고서 상에서는 여러 차례 ‘A씨’라는 실명으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사람은 하나인데 결과적으로 참고인 진술을 한 사람은 2명으로 늘어나는 셈이다. 건설업자 김흥태씨가 2014년 3월 선거를 앞두고 아파트 사업권을 대가로 김 전 시장의 동생과 ‘30억원의 용역계약서’를 맺었다고 주장하는 사건에서 A씨는 핵심 참고인으로 등장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A씨는 경찰조사에서 김 전 시장의 동생이 김흥태에게 김 전 시장을 통해 B업체 사업 인허가에 관여할 것을 약속한 사실에 대해 4차례 걸쳐 일관된 진술을 했다. 경찰은 A씨가 어떤 배경의 사람인지도 각주로 자세히 설명해놨다. 동일 인물이 같은 보고서에서 실명과 가명으로 등장한 것이다.
이에 경찰은 각각 다른 사건이라고 해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2017년 진행된 울산시청 공무원들의 직권남용과 관련 조사는 동료 공무원들의 비위 문제라 A씨가 가명으로 진술하기를 원했다”면서 “2018년 1월 5일 이후 김 전 시장 동생의 변호사법 위반 관련한 조사에서는 실명으로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송 부시장과 A씨는 ‘전언’을 가명 진술했다는 비슷한 측면도 있다. 직접 목격한 게 아닌 ‘목격한 것을 봤다’는 사람의 이야기를 전한 것이다. 실제 A씨는 자기가 직접 목격한 건설업자 김흥태씨와 김 전 시장의 동생의 만남 등은 실명으로 진술하지만, 공무원 내부 이야기는 익명으로 전했다. 김 전 시장 선거캠프 내부 사람이라는 것을 드러낼 때는 실명으로, 내부 공무원임을 보여줄 때는 익명의 공무원으로 등장하고 있다.
A씨는 본인의 ‘신분’을 숨기려 시도한 정황도 드러난다. A씨는 2017년 9월 울산시에서 퇴직했다. 그러나 건설업자 김씨의 고발에 대한 중요 참고인 진술을 하던 2018년이나 보고서가 작성된 올 6월에는 퇴직 공무원 신분임에도 ‘시청에서 근무하는 별정직 6급’이라는 표현을 썼다. 경찰 관계자는 “본인이 별정직 6급이라고 했기 때문에 그렇게 적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관련 의혹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김태은 부장검사)는 이러한 정황을 확인하고 수사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경찰 내부 보고서에는 실명을 적고 법적 효력을 갖는 참고인 조사에만 익명을 쓴 송 부시장과 달리 A씨는 두 건의 참고인 조사에 실명과 익명을 번갈아 쓴 데 대해 부풀리기 의혹이 더욱 뚜렷하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진선민 기자 jsm@seoul.co.kr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트윅, 무단 전채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