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이어 흥인지문도 방화로 잃을 뻔…문화재 관리 ‘구멍’

숭례문은 문화재청이 직접 관리…흥인지문 등 26곳은 자치구·시 위탁서울시 “26곳 통합 관리 시스템 개발 내부 논의 중”
‘보물 1호’ 흥인지문 방화 사건이 벌어지며 중요 문화재 관리 체계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흥인지문 방화 추정 화재로 내부 그을려
9일 오전 1시 59분쯤 서울 종로구 흥인지문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들에 의해 약 4분 만에 꺼졌으나 흥인지문 내부 담벼락 등이 그을리는 피해가 발생했다. 경찰은 방화 용의자 1명을 현장에서 붙잡아 범행 경위를 조사 중이다.
종로소방서 제공
서울 시내 중요 문화재 가운데 숭례문은 중앙정부(문화재청)가 직접 상주 인력을 두고 24시간 관리하지만, 보물 포함 나머지 26개 문화재는 서울시나 여러 자치구에 경비 배치 등 관리가 맡겨진 상태여서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서울시와 자치구에 따르면 현재 흥인지문, 동묘, 창의문, 탑골, 경교장, 박정희 가옥 등 총 26곳은 각 자치구나 서울시가 관리하고 있다.

종로구가 보물로 지정된 흥인지문·동묘·창의문·문묘 등 4곳을 포함해 9곳으로 가장 많다. 중구·성북구·은평구·송파구가 각 2곳씩 관리 중이다.

중구는 광희문과 환구단, 송파구는 풍납토성과 석촌동 고분군, 강동구는 암사동 유적을 각각 맡고 있다.

시 관계자는 “이들 문화재에는 적게는 2명에서 많게는 16명까지 2∼4교대로 경비 인력을 두고 24시간 내내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한다”면서 “이를 위해 올해 국비와 시비를 합쳐 총 34억7천700만원이 투입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흥인지문에는 보물 1호라는 중요성 때문에 12명에 달하는 경비 인력이 3인 1조 3교대로 24시간 근무하고 있다. 이번 방화 사건 당시 범행 현장을 본 행인이 112에 신고하자, 연락을 받은 현장 관리인이 119 소방대가 오기 전에 신속하게 진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문화재 관리가 문화재청→서울시→자치구로 이어지는 ‘하청’ 구조가 된 것은 위임을 가능케 한 문화재보호법 때문이다.

문화재보호법은 국가지정문화재의 소유자가 분명하지 않거나, 소유자 또는 관리자에 의한 관리가 곤란하다고 인정되면 지방자치단체나 그 문화재를 관리하기에 적당한 법인·단체를 관리단체로 지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2008년 화재 ‘악몽’을 겪은 국보 1호 숭례문은 예외다. 문화재청이 전담 팀을 두고 직접 관리한다. 10년 전 화재 당시 문화재 관리의 적정성을 두고 국민적 관심이 불거지자 서울시와 자치구의 요청에 따라 중앙정부가 직접 맡게 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처럼 중앙정부와 자치구로 관리가 이원화돼 있음에도 담당 주체를 정하는 특별한 기준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할 자치구의 역량에 흥인지문을 포함한 보물급 문화재의 안위를 맡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현재는 26개 문화재마다 경비초소를 두고 CCTV로 실시간 감시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2년 내에 서울시 관리 문화재 26개를 한 곳에서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자 내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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