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존 관리 제품 판매했다 논란된 SNS스타, 진짜 문제는

지난 1일 유명 소셜미디어(SNS) 스타 홍영기씨가 인스타그램에 여성 질 관련 제품을 홍보하면서 ‘밤의 여왕, 집 나간 남편이 돌아온다’는 글을 올려 논란이 되고 있다.
유명 SNS 스타 홍영기씨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Y존 케어 제품 설명과 이를 비판하는 네티즌 댓글들. 홍씨는 논란이 커지자 게시글을 삭제했다. 사진=인스타그램 캡쳐
이날 홍씨는 ‘저는 얼굴 관리하듯 Y존 관리도 열심히 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Y존이란 여성의 성기 부부을 지칭하는 단어다. 홍씨는 질염, 분비물·냄새 제거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과 함께 한 제품을 들고 있는 사진을 올렸다. 이어 홍씨는 “화이트닝 기능이 있고 수축까지 도와준다”며 “밤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문제는 여기에 의학적 근거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질염이나 분비물 문제는 여성이 겪는 ‘질병’인데, 미백이나 화이트닝 기능은 이런 질병을 치료하는 것과는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조병구 위원(에비뉴여성의원 원장)은 “질염의 경우 세균성 질염과 성 감염성 질염 등 종류와 성격에 따라 다 다르기 때문에 병원에서 진료한 뒤에 알 수 있는 부분”이라면서 “해당 광고처럼 일반 화장품으로는 치료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홍씨가 소개한 제품의 경우 액체형 세럼을 질 속에 직접 주입하는 방식이다. 가장 예민한 피부에 닿는 만큼 의학적으로 성분을 검증해야 하지만, 제품 소개 페이지에 이 같은 내용은 나와 있지 않다.

식품의약안전처에 따르면 여성청결제는 기능성 화장품이 아닌 일반 화장품이라 사전 신고를 하지 않고 자유롭게 제품을 제조, 판매할 수 있다. 원료 성분 목록만 보고할뿐, 제품의 안전성에 대한 심사는 따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관련 제품을 판매하는 한 관계자는 “착색된 외음부 피부를 밝게 만들어주는 기능이 있다”면서도 “피부 탄력 기능을 개선하는 실험 결과는 있지만, 기능성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의학적 검증은 따로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온라인에 소개된 ‘Y존’ 케어 제품 사용 설명. 사진=제품 판매 홈페이지 캡쳐
그런데도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는 관련 제품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에 ‘Y존 관리’라고 검색하면 미백 크림부터 톤업 크림, 세럼, 향수까지 판매하는 걸 찾을 수 있다. 모두 ‘탄력 강화를 통해 여성의 성감을 향상한다’ 같은 자극적인 설명을 달고 있다.

이런 제품들은 의학적 근거가 없어 잘못된 정보를 전달할뿐 아니라 여성의 신체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낳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사람마다 신체 부위의 모양이나 색깔이 다 다른 게 정상인데도, 이런 부정확한 정보를 통해 ‘Y존은 하얀색이어야 정상’이라거나 ‘남성을 위해 질 수축 크림을 발라야 한다’는 생각을 심어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박성남 원광대 의대 교수는 “성 생활이나 출산 유무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폐경 이전 여성들의 질 탄력도는 대부분 비슷하다”며 “화장품만으로 근육 탄력도를 높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질 탄력도는 질주름이나 점막 상태에 의해 결정되는데, 이는 여성 호르몬이 분비되는 폐경 전까지는 대부분의 여성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실제 대학병원 등 상급 병원에서는 SNS에서 광고하는 Y존 케어 제품에 대해 “임상 경험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해당 부분은 의료, 치료용이 아니기 때문에 임상 실험 결과 자체가 없고, 학회에서도 거의 보고되지 않았기 때문에 효과 여부를 알 수 없다.

하지만 전파력이 크고 해쉬태그 검색만 하면 누구나 정보를 찾을 수 있는 SNS의 특성상 불특정 다수에게 잘못된 정보가 퍼질 수 있다. 홍씨의 경우에도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75만명에 이르고, 이들 중 상당수가 10대 여성이다. 아직 성 지식이 제대로 자리잡지 않은 사람들에게 잘못된 지식을 주입할 수도 있다.

지난 2016년 논란이 됐던 유두, 사타구니 미백 크림도 비슷한 예다. 당시 화장품 온라인 쇼핑몰 미미박스는 ‘늑대들이 좋아하는 핑크빛 유두’라는 광고 문구와 함께 제품을 소개해 물의를 일으켰다.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만 보는 시각을 부각시키며 여성의 신체를 상품화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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