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주세요“ 그날 밤 119엔 비명이 가득… 녹취록 공개

참사 당일 119 신고 녹취록 보니
10시 15분-0시 56분 87건 접수
“죽을 것 같아요. 빨리 와주세요”
구조대 투입 후에도 신고 빗발
지난달 29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 현장의 긴박함이 담긴 119 신고 녹취록이 공개됐다. 신고자들은 당시 위험한 상황을 전하며 구조를 간절히 요청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7일 소방청에서 제출받은 119 신고 녹취록에는 지난달 29일 오후 10시 15분 첫 신고부터 다음날 0시 56분까지 접수된 87건이 시간대별로 담겨 있었다.

첫 신고자는 “살려주세요. 여기 이태원 …앞이에요. 살려주세요”라고 말했다. 이어 “경찰이고 소방차고 다 보내주셔야 할 것 같다. 사람들이 압사당하게 생겼다. 부상자가 길거리에 널렸다”고 상황을 전했다.

소방당국은 신고 접수 2분 뒤인 10시 17분 구조대를 출동시켰다.

10시 18분 두 번째 신고전화는 해밀턴호텔 옆 골목에서 접수됐다. “여기…죽을 것 같아요. 빨리 좀 와주세요”라고 전화한 신고자는 “사람이 너무 많아 압사해서 죽을 것 같다”면서 “깔린 사람도 있다. 엄청 많다”고 말했다.

10시 20분 세 번째 신고자는 “다 보이진 않는데 열 명 정도 깔린 것 같다”고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했다.

10시 21분에는 “지금 사람들이 너무 많이 와서 나가지도 못하고 올라가지도 못하고…여기 지금 정리를 해주셔야 할 것 같다” “사람들이 너무 많이 와서 압사당할 것 같다”는 내용이 접수됐다.

이후 신고는 동시다발적으로 들어왔다. 10시 21분부터 24분까지 잇따라 들어온 6건의 신고 녹취록에는 비명과 신음, 울부짖음이 기록됐다. 최초 신고인 10시 15분부터 25분까지 10분간 접수된 신고는 14건이다.

10시 29분에 신고한 시민이 사람들이 끼어있다고 전하자 신고 접수자는 “소방차와 구급대가 가고 있다. 일단 최대한 밖으로 나오라”고 했지만 신고자는 “아예 못 나간다. 뒤에서 누르고 있다. 압사가 이런 건가 싶다”고 말했다.

간절히 구조를 바라는 시민들의 절박함이 이어졌다.

“압사당해서 죽을 것 같아요. 빨리 길 좀 뚫어주세요” “살려주세요. 빨리 와 주세요”와 함께 일부 신고 녹취록에는 신고자가 말을 하지 못하고 비명만 지른 것으로 돼 있어 당시의 급박한 상황을 짐작게 했다.

10시 29분쯤 현장 인근에 도착한 구조대는 도보로 이동한 뒤 10시 42분 의식을 잃은 약 15명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했다. 구조대 지휘팀장은 10시 43분 소방대응 ‘1단계’를 발령했고 이후 서울소방재난본부장이 11시 13분 대응 ‘2단계’, 11시 48분 대응 ‘3단계’로 상향됐다.

그 사이에도 신고는 끊이지 않았다. 11시 12분 신고자는 “호텔 쪽으로 사다리차를 가지고 사람을 빨리 빼내야 된다”고 구체적인 방법을 제안하기도 했다. 대원들이 조치하고 있다고 하자 “사람이 몇십만 명인데 겨우 200명 와서 어떻게 하냐”고 지적했다.

11시 13분 신고자는 “군부대를 투입해도 모자란다”, 11시 31분 신고자는 “사람이 50명 넘게 쓰려져서 호흡곤란을 일으키고 있다”며 “소방차가 와 있는데 진입을 못 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방 대응 3단계가 발령된 뒤부터는 사고 사실을 알게 된 가족이나 친구의 실종 신고가 들어왔다.

경찰관 신고도 있었다. ‘서울 용산경찰서 상황실’이라고 밝힌 신고자는 11시 6분 “구급차 서너 대 정도는 더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참사 발생 51분이 지났을 때다.

용혜인 의원은 “참사 당일 119신고 내용과 소방 대응일지를 대조해보면 서울소방재난본부가 대응 3단계를 발령하고 경찰에 7차례 경력 배치를 요구하는 동안 무려 82건의 이태원 참사 관련 신고가 있었다”며 “‘살려 달라’ 또 ‘살려야 한다’는 시민들의 간절한 요구에도 재난 공조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초동 대처가 늦어진 점에 대해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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