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쇠오리야, 이젠 걱정마… 마라도 야옹이는 27일부터 섬 밖으로 나간단다

24일 마라도에서 죽은 채 발견된 뿔쇠오리. 제주야생동물연구센터 제공
마라도 길고양이가 오는 27일부터 섬 밖으로 나온다.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는 천연기념물 뿔쇠오리 보호를 위해 오는 27일부터 고양이 반출을 시작한다고 24일 밝혔다.

세계유산본부는 24일 동물보호단체 전국조직인 전국 길고양이 보호단체연합(대표 황미숙)과 제주지역단체인 혼디도랑(대표 김은숙), 제주대학교 야생동물구조센터(센터장 윤영민교수), 도·행정시 동물보호부서와 함께 뿔쇠오리 훼손 대응을 위한 회의를 진행했다. 뿔쇠오리가 이달부터 마라도 인근해상으로 돌아오고 있어 발빠른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27일부터 야간예찰과 집중감시를 통해 뿔쇠오리 보호에 나서는 한편 고양이 반출 작업을 개시하고, 우선적으로 길들여지지 않은 고양이와 중성화되지 않은 고양이를 우선 반출하기로 결정했다.

반출된 고양이는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건강검진이 진행되며 건강상태가 양호한 고양이는 세계유산본부에서 보호관리할 계획이다. 건강에 이상이 있는 고양이는 계속 치료하기로 했다.

또한 최근 구조되어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치료가 완료된 4마리 고양이는 마라도 주민의 입양 여부를 우선 확인해 조치할 계획이다.

이번 반출 결정은 지난 17일 세계유산본부는 문화재청, 동물보호단체, 수의사, 교수 등 전문가와 함께 마라도를 방문해 길고양이 반출을 위한 주민 의견을 수렴한 후에 이뤄진 후속조치다.

천연보호구역 마라도는 천연기념물 뿔쇠오리, 슴새 등 주요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이자 번식지다.

특히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된 뿔쇠오리는 한국, 일본, 태평양 동북부에 분포하며, 전 세계적으로 5000~6000마리 정도밖에 없을 정도로 절종위기에 처한 희귀한 철새다. 도서 해안이나 섬 주변 암벽 또는 암초에서 집단으로 번식하며, 번식기간은 2월 하순부터 5월 상순까지다. 산란 수는 1~2개로 7~8일 간격으로 낳는다.
지난 11일 제주대학교 수의과에서 마라도에서 아픈 고양이를 구조하고 있다. 세계유산본부 제공
제주대 오홍식 교수팀은 마라도천연보호구역 내 고양이 개체수를 모니터링한 결과 60~70마리로 추정했다.

고영만 세계유산본부장은 “이번 고양이 반출은 멸종위기 종인 뿔쇠오리 보호를 위한 불가피한 필요 조치로 앞으로도 문화재청과 함께 멸종위기 동·식물 보호를 위해 적극 노력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야생동물연구센터에 따르면 이날 오전 마라도 동쪽 절벽 주변 잔디밭에서 뿔쇠오리 4마리 사체가 발견됐다. 이 지역은 뿔쇠오리가 마라도에서 주로 머무는 곳이다. 센터 관계자는 “뿔쇠오리 사체가 마구 찢긴 채 날개 부분과 가슴뼈, 다리 일부만 남겨진 것으로 보건대 길고양이가 공격해 먹어 치운 것으로 보인다”며 “고양이는 조류 등의 날개 부위와 가슴뼈를 제외하고 나머지를 모두 먹는 습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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