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 장마·고사리 길잃음·고사리명당…고사리에 울고 웃는 제주
강동삼 기자
입력 2023 04 17 10:45
수정 2023 04 17 18:09
최근 3년간 길잃음 사고 총 113건
혼자 다니지 말고 호각 등 소지해야
4월 고사리 연하고 맛있어… 한 근에 최고 9만원 육박제주도는 지금 고사리에 웃고 운다. 4월 고사리가 가장 연하고 맛있는데 한근(0.6㎏)당 최고 9만원까지 육박하다 보니 시골 할머니들은 물론 나이 든 부부, 이주민, 관광객 너나 할 것 없이 고사리 채취에 열중하다 보니 이처럼 길잃음 사고가 나는 소동이 일어나고 있다.
17일 제주도 소방안전본부와 제주경찰청 등에 따르면 고사리 꺾는 봄철을 맞아 중산간 오름에서 고사리 채취에 열중하다 숲 속에서 길을 헤매는 경우가 늘고 있어 길 잃음 안전사고 주의보를 발령했다.
최근 3년간 제주지역에서 길잃음 사고가 288건 발생해 이 가운데 고사리 채취로 인한 길잃는 경우가 총 113건으로 39%를 차지헸다. 특히 95%(107건)는 4~5월에 집중된 것으로 분석됐다. 지역별로는 구좌(39건)가 가장 많았고 표선(28건), 안덕·중문(각 7건), 아라(6건) 순이다.
풍력발전소가 많은 제주 동부 중산간마을에는 심지어 풍력발전기에 안심 넘버링(식별번호) 위치 식별 표시작업을 해 길잃음 사고에 대비할 정도다.
경찰 관계자는 “절대 혼자 고사리 채취하러 가지 말고 밝은 옷을 입고 휴대폰 보조용 배터리 ·호각 등 비상용품을 반드시 소지하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4월 고사리 장마… 비내린 다음날 또 자라 9번까지 채취 가능육지는 이맘때면 건조해 산불주의보가 내려지지만, 제주는 어김없이 4월 고사리 장마가 온다. 올해도 마찬가지. 지난 4~6일, 14~15일에 비가 온 데 이어 오는 19일에도 비가 내릴 예정이다. 일주일에 이틀 정도는 비가 내리는 셈이다. 고사리를 다 채취해 없을 것 같은데도 비온 뒤 그 자리에 가 보면 어김없이 고사리가 거짓말처럼 자라나 있다. 꺾어도 꺾어도 자라난다. 많으면 8~9번 정도 새순이 돋아난다. 주로 해발 200~500m 오름과 곶자왈, 들판 등 중산간 지역에 분포하기 때문에 어디에 고사리가 많은지 모르는 관광객들은 산록도로나 중산간마을을 지나다가 길가에 차들이 즐비해 있으면 고사리 명당일 가능성이 높다.
요즘엔 고사리 관광객이 생겨났을 정도다. 실제로 바굼지오름 탐방로에서 만난 부산 출신 김모(62)씨 부부는 “친구들과 제주 한달살이하는 중인데 일부러 고사리철에 맞춰 왔다”고 말했다.
고사리 관광객들도 극성… 고사리 명당 며느리에게도 안 알려줘제주살이를 한 지 5년이 넘은 이모(56)씨는 “요즘 중고사이트에선 ‘고사리 어디가면 많은지’ 묻는 질문에 쉽게 알려주지 않아 별도 채팅을 통해 겨우 알아냈을 정도”라며 “평소 친하게 지내던 토박이들도 고사리를 꺾으러 갈 때는 절대 같이 가잔 말을 안해 서운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서귀포시 남원읍은 오는 29부터 30일까지 이틀간 남원읍 한남리 산 76-7 일원에서 제27회 한라산 청정 고사리 축제를 개최한다. 고사리가 어디에 나고 어떻게 채취하는지 체험해볼 수 있다. 봄날의 기운을 만끽하며 꺽으멍, 걸으멍, 쉬멍, 고사리를 꺾는 축제에선 고사리 음식 만들기, 고사리 삶고 말리기 시연, 고사리 장아찌 만들기, 어린이 승마체험, 어린이·청소년 드론체험 등의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해 다양한 즐길거리를 선사할 예정이다.
특히 기부받은 고사리를 판매해 수익금 전액을 기부할 예정이며, 남원읍 수망리에서 판매하는 고사리 상품에 람사르 습지도시 인증스티커를 제작·부착하는 뜻 깊은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현승민 남원읍 축제위원장은 “고사리를 주제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정성껏 준비하고 있으니 고사리축제장에서 봄날 축제장에서 꺽으멍, 걸으멍, 쉬멍, 즐거운 추억을 만들고 가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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