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원정진료로 돈·시간 낭비하는 제주… “위급상황 올까봐 더 무서워요”

제주 진료권역 서울권에 묶여 상급병원 지정 경쟁서 밀려
도민환자의 16.5% 도외로…도외 의료비 지출 1080억원
5기 지정 가능성 희박… 2026년 지정 신청 목표 추진 계획

상급종합병원이 단 한곳도 없는 제주도가 중증환자 진료 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해 상급종합병원 지정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사진은 상급종합병원 지정 신청을 한 제주대학교병원 의 모습. 제주대학교병원 제공
2년 전 심장시술을 받은 제주도민 A(55)씨는 정기검진을 받기 위해 6개월에 한번 서울병원으로 가야 한다. 하루 휴가로는 일정이 빠듯해 이틀 휴가를 내는데 회사 눈치보느라 진땀이 날 정도다. A씨는 “여행가방 들고 서귀포에서 아침 일찍 서둘러 한시간 만에 제주공항에 도착해 수속을 밟고 비행기에 오른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서울에 도착해선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병원 가느라 지칠대로 지치고 만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 원정진료에 시간과 돈 낭비하는 건 그나마 참을만하지만 혹시나 위급상황이 올까봐 그게 무섭다”고 토로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원정 진료로 인한 도민 불편과 의료비 도외 유출을 해소하고, 도내 종합병원의 중증환자 진료 역량을 향상시켜 의료자치를 실현하기 위해 제주권 상급종합병원 지정에 적극 나설 방침이라고 3일 밝혔다.

도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제5기 상급종합병원(2024-2026년) 지정 계획에 제주는 진료권역이 서울권역에 묶여 있어 보건복지부가 11월에 진료권역 지정을 개정하기 전까지 단일권역 분리를 요청하고 있다”면서 “현재 도내 종합병원들이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위한 평가 기준을 충족할 의료 인프라 역량을 갖추지 못해 2026년에 지정 신청해 제6기(2027∼2029년) 지정을 목표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주에는 상급종합병원이 단 한 곳도 없다. 더욱이 유명 대형병원이 즐비한 서울과 같은 권역으로 묶여 있는데다 병상, 시설 등이 좋은 서울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같은 이유로 윤석열 대통령도 제주를 새로 분리해 상급종합병원이 지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공약을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보건복지부에서 대선 공약인 만큼 제주권 분리가 타당한지 여부에 대한 용역을 내년에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올해 5기때 상급병원 지정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도는 도의회, 도내 종합병원, 언론, 시민단체 등 분야별 전문가와 지난달 20일 전담조직(TF)을 구성했으며, 오는 13일 첫 회의를 열고 구체적인 대책 마련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한다. 현재 제주는 제주대학교병원이 상급종합병원 신청을 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 2001년 개원한 제주대학교병원은 20년 넘게 만년 종합병원에 머물러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국회의원(서귀포시)도 지난달 23일 입장문을 내고 “보건복지부가 제5기 상급종합병원 지정 과정에 있어 제주를 단일권역으로 구분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특히 제주지역에서 도외로 원정 진료를 간 도민(2021년 기준)은 전체 도민환자의 16.5%인 1만 6109명이며, 이로 인한 도외 유출 의료비용은 전체 도민 의료비용의 25.4%인 1080억 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강동원 도민안전건강실장은 “1000 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제주권 상급종합병원 지정은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자 민선8기 제주도정의 핵심 공약”이라며 “도민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더욱 탄탄한 의료 안전망을 구축하도록 제주권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위해 행정력을 결집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상급종합병원은 난이도가 높은 중증질환 관련 의료행위를 전문적으로 하는 종합병원으로, 3년 주기로 보건복지부에서 지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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