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마세라티 뺑소니 운전자, 주소지가 행정복지센터?…팔수록 커지는 의문
이보희 기자
입력 2024 09 28 22:35
수정 2024 09 28 22:35
뺑소니 운전자·도피 도운 조력자에 구속영장 발부
‘마세라티 뺑소니 사망사고’ 운전자와 그의 도피를 도운 조력자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된 가운데, 사고를 둘러싼 피의자들의 수상한 행적이 드러나면서 관련자들에 대한 궁금증이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
28일 오후 광주지법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 혐의로 마세라티 운전자인 김모(32)씨와 범인도피 혐의로 조력자 A(33)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들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이날 오후 광주지법에서 열렸다. 김씨는 영장실질심사에 불출석했고 A씨만 출석했다.
A씨는 경찰 호송차에서 내려 이동하던 도중 “도피를 왜 도왔느냐”는 기자 질문에 “(운전자) 저 아닙니다”라고 답했다.
태국에 주로 거주…직업은 무직?광주 서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마세라티 운전자인 김씨가 태국에 주로 거주한다는 사실만 수사로 드러났을 뿐 광주에 온 경위나 직업, 국내 주소 등은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 혐의로 검거된 김씨는 국내 주소지부터 의아함을 자아낸다. 김씨의 주민등록등본상 주소지는 광주 북구의 한 행정복지센터로 등록돼 있다. 어떻게 공공기관 주소지가 개인의 주민등록 주소지로 돼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김씨는 또 수개월 동안 태국에서 머물렀다는 사실이 입출국 기록으로 확인됐는데, 왜 태국에 거주했는지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무직이라고 주장한 김씨가 태국에서 어떠한 일을 했는지, 장기간 머무르다가 돌연 입국한 사유 등에 대해서도 경찰은 “계속 수사 중”이라며 밝히지 않았다.
마세라티는 서울의 법인 차량…왜 광주에?또한 사고 차량, 사고 경위, 도주 과정 등에서도 의문스러운 점이 많다.
이달 중순 한국으로 입국한 김씨는 수도권 등지에서 20대 시절부터 알고 지낸 또래와 만나다가 사고 전날인 23일 고향인 광주에 와서 사고를 냈다.
친구 최모씨로부터 빌려 탄 억대 외제차인 마세라티는 서울의 한 법인 소유 차량인데, 해당 법인은 “되돌려 받지 못한 차량”이라고만 경찰에 답해 차량이 광주에 있게 된 경위도 명확지 않다.
또한 사고 지점 인근 도로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사고 직전 김씨와 벤츠 차량을 운전한 일행이 도심 추격전을 벌이는 모습이 찍혔다. 벤츠 차량은 피해자들이 탄 오토바이를 지나쳐 갔지만 김씨가 몰던 마세라티는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오토바이를 들이받았다.
이후 김씨는 일행의 벤츠 차량으로 갈아탄 뒤 대전으로 도주, 조력자 휴대전화로 해외 출국을 위해 항공편을 예약했다. 그러나 출국금지가 내려지자 해외 도피를 포기, 다른 조력자로부터 건네받은 대포폰을 이용해 서울로 숨어들었다.
광주청은 형사기동대 30여명을 투입해 그의 뒤를 쫓았고, 추가 투입된 경찰이 저인망식 추적에 나서면서 김씨는 결국 도주 67시간 만에 서울 강남구 한 지하철역 인근에서 붙잡혔다.
범죄조직·보이스피싱 연루 등 추측 쏟아져김씨가 대포폰을 사용하는 등 치밀한 도피 행적을 벌인 것에 대해 조직범죄 관련자 등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관리명단에 이들의 이름이 없다는 이유로 “조폭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김씨의 직업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으면서 보이스피싱 조직에 연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경찰은 사고 경위뿐만 아니라 김씨의 정체·조력자와 관계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앞서 서울 소재 법인 명의 차량인 마세라티를 몰던 A씨는 지난 24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동 한 도로에서 앞서가던 오토바이의 후미를 들이받아 사망사고를 냈다.
오토바이에 탑승했던 두 사람은 연인 관계로, 운전자인 남자친구는 부상을 입고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했으며 동승자인 여자친구는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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