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족 살해 ‘세계 최장수 사형범’ 알고보니 “검찰이 증거 날조”…58년만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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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법원, 검찰 증거 조작 인정
“무죄 판결까지 긴 시간 걸려 죄송”
‘세계 최장수 사형범’ 58년만에 무죄

1966년 일가족 4명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던 일본 전직 프로복서 하카마다 이와오(88)가 26일 일본 시즈오카현에서 산책하고 있다. 2024.9.26 교도 AP 연합뉴스
1966년 일가족 4명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던 일본 전직 프로복서 하카마다 이와오(88)가 26일 일본 시즈오카현에서 산책하고 있다. 2024.9.26 교도 AP 연합뉴스


일가족 4명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은 일본 전직 프로복서가 사건 발생 58년 만에 살인 누명을 벗었다. 그의 나이 88세가 되어서야 누명을 벗은 셈이다.

시즈오카지방재판소는 26일 강도살인죄로 사형이 확정됐던 전직 프로복서 하카마다 이와오(88)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요미우리신문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구니이 고우시 재판장은 검찰이 작성한 하카마다의 자백 조서와 의류 등 3가지 증거를 수사 기관이 조작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여기까지 긴 시간이 걸린 데 대해 법원으로서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번 판결에 검찰이 항소하지 않으면 사건 발생 58년 만에 하카마다의 무죄가 확정된다.

일본에서 사형 확정 사건이 재심에서 무죄로 뒤바뀐 것은 2차대전 패전 후 5번째다. 앞서 사형이 번복된 4건에 대해서는 검찰이 항소하지 않아 무죄가 확정된 바 있다.

1966년 일가족 4명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던 일본 전직 프로복서 하카마다 이와오의 누나 하카마다 히데코가 2013년 5월 20일 도쿄 구치소 밖에서 취재진과 만나 동생 이와의 과거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1966년 일가족 4명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던 일본 전직 프로복서 하카마다 이와오의 누나 하카마다 히데코가 2013년 5월 20일 도쿄 구치소 밖에서 취재진과 만나 동생 이와의 과거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하카마다는 1966년 6월 30일 자신이 일하던 시즈오카현 된장 제조 회사의 전무 일가 4명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경찰은 이 회사 종업원으로 일하던 전직 프로복서 하카마다를 용의자로 체포했다.

이어 현장 인근에서 하카마다의 혈흔 다섯 점이 묻은 의류가 발견됐다며 그를 강도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현지언론은 “과학수사의 전형”이라거나 “과학과 발로 이뤄낸 승리”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체포 후 범행을 인정했던 하카마다는 재판이 시작되자 폭행 등 경찰의 강압적인 심문 때문에 했던 허위 자백이라며 일관되게 무죄를 주장했다.

1968년 1심 법원이 사형을 선고하고 1980년 최고재판소(대법원)가 형을 확정했으나 하카마다는 결백을 증명하기 위한 싸움에 돌입했다.

하카마다 측은 2008년 재심 청구심을 제기했다. 재심 과정은 하카마다의 누나가 대리했다.

이들은 10여년의 법적 공방을 벌인 끝에 2023년 3월 도쿄고등재판소로부터 재심 명령을 얻어냈다.

이에 따라 하카마다에 대한 형 집행과 구금도 중지됐고, 48년간 복역하다 귀가한 ‘세계 최장수 사형범’의 사연은 전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1966년 일가족 살해 혐의로 체포돼 사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58년 만에 무죄를 받아낸 일본 전직 프로복서 하카마다 이와오(88)가 2024년 2월 8일 시즈오카현 자택에서 고양이를 안고 있다. 2024.9.26 EPA 연합뉴스
1966년 일가족 살해 혐의로 체포돼 사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58년 만에 무죄를 받아낸 일본 전직 프로복서 하카마다 이와오(88)가 2024년 2월 8일 시즈오카현 자택에서 고양이를 안고 있다. 2024.9.26 EPA 연합뉴스


우여곡절 끝에 개시된 재심 재판부는 하카마다를 유죄로 판결한 이전 재판의 증거에 ‘3가지 조작’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먼저 하카마다가 자백했다고 한 검찰의 조서는 비인도적인 조사로 획득된 허위의 것으로 “실질적인 조작”이라고 짚었다.

또 하카마다가 체포된 지 1년이 지나서야 갑자기 발견된, 그가 범행 당시 입었다는 의류 5점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에 의해서 혈흔을 붙이는 등 가공이 되었다”고 지적했다.

5점의 의류와 같은 소재라며 수사기관이 하카다마 친가로부터 압수한 의류 조각도 “수사기관에 의해서 조작된 것이다”라고 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증거들을 배제하면 하카마다를 범인이 아니라고 해도 이를 부정할 사실 관계가 없다며 “하카마다가 범인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까지 16차례 이어진 재심 공판에서 최대 쟁점은 5점의 의류에 묻은 혈흔의 색깔 변화였다.

의류는 하카마다가 체포된 지 약 1년 후 된장 공장 내 된장 탱크에서 발견됐는데, 발견 당시 선명한 붉은 색 혈흔이 묻어 있었다.

하카마다의 변호인 측은 의류 실험 및 전문가 감정 결과를 근거로 “혈흔은 1년이 지나면 붉은 색이 사라진다”며 붉은 색 혈흔이 그대로 남아 있는 의류는 수사기관이 조작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법의학자 등의 공동 감정서를 제출해 “장기간 된장에 절어도 붉은 기가 남을 가능성은 부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었다.

권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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