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치면 쓸모없는 존재”…‘러 파병’ 北군인, 전사하면 ‘조용히 처리’된다는데
김민지 기자
입력 2024 11 23 14:32
수정 2024 11 23 14:32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우크라이나군을 상대로 한 전투에 참여해 사망자도 발생했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북한 내부에서 파병 후 실종이나 사망은 극비로 취급한다는 원칙이 수립된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북한 전문매체 데일리NK는 폭풍군단 사정에 밝은 북한 내부소식통의 말을 빌려 “파병 중 사망 시 군 내부 절차에 따라 조용히 처리한다는 내규가 이미 마련돼 있다”고 보도했다. ‘폭풍군단’은 북한이 러시아를 위해 파병한 것으로 전해진 11군단으로, 특수작전군 예하 정예부대다. 우리의 특수전사령부(특전사)와 성격은 비슷하나 규모는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훈련 중 사망해도 부대 인근 산에 묻거나 화장하고 고향에는 전사자 통지증만 보내면 되는데 파병은 말할 것도 없다”면서 “가족들에게도 매우 제한된 정보만을 제공하고 주민들에게는 절대 알리지 않는다는 것이 원칙”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만약 사고를 당해 전투력을 발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면 현지에서 치료하는 게 아니라 일단 귀환 절차를 밟게 될 것”며 “(북한 군인들은) 일단 멀쩡할 때는 수령을 위해 싸울 수 있는 투사이자 (용병) 자금을 벌어다 줄 수 있는 존재지만, 부상을 당하거나 사망하면 (당국 입장에서는) 바로 쓸모없는 존재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 당국은 주민 사이에 파병 사실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보안 대책 마련에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기밀 유지 원칙에 따라 이번 파병과 관련한 모든 일은 공표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면서 “만약 이런 사실이 알려진다면 정보를 건넨 당사자 등에게 책임을 묻는 식으로 됐기 때문에 추후 처형 등 후폭풍이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가정보원도 북한 당국이 파병 사실이 널리 퍼지지 않도록 보안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지난달 29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보고한 바 있다.
정보위 국민의힘 간사 이성권 의원은 “북한이 군내 비밀 누설을 이유로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고 병사들 입단속을 하고 있다는 국정원 보고가 있었다”며 “파병 군인 가족들에게는 훈련 갔다고 거짓 설명하는 정황도 포착됐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러한 단속 조치에도 파병 소식이 군 내부에 퍼지면서 ‘왜 남의 나라를 위해 우리가 희생하느냐’며 강제 차출을 걱정하는 군인들의 동요도 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 CNN은 22일(현지시간) 북한군이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에 이어 우크라이나 마리우폴·하르키우에도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CNN은 우크라이나 안보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는 우크라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 북한군 ‘기술 자문들’(technical advisers)이 도착했다고 전했다.
이들의 방문 목적은 불분명하며, 모두 러시아 군복을 착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동부의 주요 전선 중 한 곳인 하르키우에서도 북한군이 목격됐다. 우크라이나 군 관계자는 “무선 감청 결과 하르키우에서 북한군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마리우폴과 하르키우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군의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들 지역에서 북한군이 활동을 시작한 것이 사실이라면, 투입 범위를 기존 우크라이나 영토 내부까지 넓혀 전쟁에 더 깊숙이 개입하는 신호가 될 수 있다.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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