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와 “사랑해” 썸 탔다가…7000만원 뜯겼습니다
김유민 기자
입력 2024 04 23 11:20
수정 2024 04 23 11:20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를 사칭한 소셜미디어 계정에 속아 7000만원을 뜯긴 한국인 피해자의 사연이 전해졌다.
평소 머스크의 팬이었던 A씨는 22일 방송된 KBS ‘추적 60분’을 통해 자신이 입은 로맨스 스캠 사기 피해를 고백했다.
지난해 7월 17일 A씨는 스스로 일론 머스크라고 소개한 계정이 ‘친구 추가’를 요청해 이를 수락했다. 처음에는 사칭 계정이라고 의심했지만 출근 사진과 신분증 사진을 보내며 그럴듯한 대화를 이어나갔다.
A씨는 “자기가 어제 말레이시아 갔다 왔다고 하길래 신문 기사 보니까 말레이시아 간 게 있더라”라며 “본인은 일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무작위로 팬들하고 가끔 대화를 나누며 머리를 식힌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문제의 계정은 “자식들이 주말마다 스페이스X에 놀러온다” “개인 헬기를 타고 테슬라 공장이 있는 텍사스와 스페이스X가 있는 플로리다까지 다닌다”라며 구체적인 일상을 공유했다.
A씨가 지난해 4월 윤석열 대통령과의 접견은 어땠느냐고 묻자, 이 계정은 “윤석열 대통령이 제주도와 서울에 기가팩토리 얘기했다”라며 한국에 스페이스X 박물관을 세우겠다는 답을 했다.
반신반의했던 A씨는 점점 ‘진짜 일론 머스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정적으로 영상통화를 통해 머스크라고 믿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공개된 영상을 보면 영상 통화 속 머스크를 닮은 남성이 “안녕! 난 당신을 사랑해, 알지?”라고 말한다. A씨가 “아 그럼요, 저도 사랑해요. 친구로서. 정말 친절하군요”라고 영어로 답하자, 상대방은 “고맙다”며 웃는다.
사칭 계정은 “한국인 직원의 계좌번호”라며 국내 인터넷은행의 계좌번호를 알려줬고, A씨는 지난해 8월 코인과 현금 등 총 7000만원을 여러 차례에 걸쳐 입금했다. 사칭 계정이 알려준 가상화폐 거래 사이트에는 3000만원을 보냈다.
A씨는 “돈을 보내라고 할 때는 긴가민가했다. 하지만 ‘진짜 일론 머스크이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에 계속 당한 것 같다. 정말 진짜 같았다”고 토로했다.
전문가 분석 결과 음성 파일 속 목소리는 AI 프로그램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사칭 계정이 알려준 가상화폐 거래 사이트도 가짜 피싱 사이트로 파악됐다.
SNS ‘로맨스 스캠’…2030 여성 최다 피해소셜미디어(SNS)에서 만나 호감을 쌓은 후 돈을 뜯어내는 이른바 ‘로맨스 스캠’ 피해자의 70%는 여성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피해자의 87%는 30대 이하였다.
지난해 학술지에 실린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로맨스 스캠 현황 및 대응방안’ 연구에 따르면 경찰청 사이버범죄 신고시스템에 지난해 1∼6월 로맨스 스캠 범죄 유형으로 접수된 신고 280건을 분석한 결과, 피해자는 여성 71.4%(200명), 남성 28.6%(80명)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 보면 20대 이하가 52.1%(146명)로 가장 많았다. 이어 30대 35.4%(99명), 40대 10.7%(30명), 50대 이상 1.8%(5명) 순이었다.
피해액은 37억 7465만원으로 집계됐다. 신고 접수 된 로맨스 스캠 피해액이 한 달에 6억 3000만원꼴로 나타난 것이다. 범죄 유형별로는 환전 사기가 55.4%(155건)로 가장 많았고 비용대납 37.1%(104건), 코인 투자 7.5%(21건) 순으로 뒤를 이었다.
피해자가 사기범을 처음 만나는 곳은 대부분 SNS, 메신저 또는 소개팅 앱이었다. 인스타그램이 27.7%(75건)로 가장 많았고, 소개팅 앱 위피 14.0%(38건)·틴더 7.0%(19건)가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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