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양승태 영장에 재판거래 혐의도 포함… 사법농단 수사 급물살
이민영 기자
입력 2018 10 01 23:30
수정 2018 10 02 02:23
“법원 영장 발부, 혐의 인정으로 봐야”
차량 압수수색 때 서재서 USB도 확보검찰이 집행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의 피의 사실에 재판거래 혐의가 적시된 것으로 확인됐다. 사법농단의 핵심 중 핵심으로 꼽히는 재판거래에 대해 법원이 혐의가 일부 소명됐다고 판단하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1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이 전날 집행한 양 전 대법원장과 고영한·박병대·차한성 전 대법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 구체적으로 재판거래 혐의가 적시됐다. 해당 혐의에는 일제 강제 징용 재판과 헌법재판소 관련 내용이 포함됐다. 과거 법원행정처가 강제 징용 소송 지연에 개입하고 과거사 재판 관련 헌재에 압력을 행사하거나 관련 평의 내용을 빼낸 행위 등의 최종 책임자가 양 전 대법원장이라고 검찰이 판단한 것이다.
지난 7월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 자택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할 때만 해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에는 일명 ‘판사 블랙리스트’로 불리는 불법 사찰 부분만 포함됐다. 영장 기각 이후 검찰은 두 달 넘게 판사 블랙리스트뿐만 아니라 재판 거래 혐의에 대한 대법원장이나 법원행정처장 연루 여부를 규명하는 데 집중했다.
검찰은 전직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 등 대법관에 대해 강제수사를 법원이 허가한 것은 재판거래 혐의가 어느 정도 소명됐기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그간 사법농단 수사와 관련한 영장에 대해서는 (일반 사건과 비교해) 훨씬 엄격한 기준으로 유무죄까지 미리 판단해 왔던 법원이 이번에 영장을 내줬다는 것은 혐의가 인정됐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검찰은 전날 양 전 대법원장의 자택 서재에서 USB(이동식 저장장치) 2개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당초 법원은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하고 차량에 대한 영장만 발부했었다. 다만 영장에는 ‘참여인 등의 진술 등에 의해 압수할 물건이 다른 장소에 보관된 경우 보관 장소를 압수수색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이 있었고, 압수수색을 지켜본 양 전 대법원장과 변호인이 지난해 퇴직 당시 가지고 나온 USB가 자택 서재에 보관돼 있다고 진술함에 따라 검찰은 이를 근거로 서재에 있던 USB를 압수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트윅, 무단 전채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