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살인’ 유족, 가해자 상대 소송 패소…“이미 배상”
입력 2018 12 13 10:17
수정 2018 12 13 15:02
2000년 제기한 소송서 일부 승소한 게 ‘걸림돌’
‘이태원 살인사건’ 피해자 고(故) 조중필 씨의 유족이 사건의 가해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각하는 소송이 적법하게 제기되지 않았거나 청구 내용이 법원의 판단 대상이 되지 않는 경우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재판을 끝내는 결정이다. 결과적으로 유족의 청구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고 조중필 씨는 1997년 서울 이태원의 한 패스트푸드점 화장실에서 수차례 흉기에 찔려 살해됐다.
당초 검찰은 현장에 있던 리와 패터슨 가운데 리를 범인으로 지목해 기소했지만, 그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범행에 사용한 흉기를 버린 혐의(증거인멸) 등으로 유죄가 인정된 패터슨은 검찰이 출국정지 기간을 연장하지 않은 틈을 타 1999년 8월 미국으로 도주했다.
검찰은 2011년 재수사 끝에 패터슨을 진범으로 보고 그를 재판에 넘겼다. 그해 미국에서 체포된 패터슨은 2015년 9월 도주 16년 만에 국내로 송환돼 재판을 받았고 지난해 1월 대법원에서 징역 20년 형이 확정됐다.
유족은 이후 가해자 두 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두 사람이 고 조중필 씨를 ‘살해한 행위’, 패터슨이 미국으로 도주해 실체적 진실 발견을 지연시킨 행위에 대해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소송이었다.
재판부는 그러나 ‘살해 행위’에 대해 이미 유족들이 과거 두 사람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해 일부 승소 확정판결을 받은 만큼 다시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며 청구를 각하했다. 유족은 에드워드 리가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은 뒤인 2000년 ‘두 사람이 공모해 조씨를 살해했거나 적어도 두 사람 중 한 명이 직접 망인을 살해하고 나머지 한 명이 이를 교사·방조했다’는 이유로 민사 소송을 제기해 위자료 일부를 받은 적이 있다.
재판부는 패터슨이 미국으로 도주한 것이 불법이라는 유족 주장에 대해서는 “그 자체로 민법상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죄를 저지른 범인이 자신과 관련된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한 것을 처벌하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유족 측 대리인은 선고 결과에 아쉬움을 나타내며 “이 사건은 수사와 공소제기가 잘못된 것인 만큼 국가 배상 소송에서 충분한 배상을 받길 원한다”고 말했다.
유족은 부실 수사의 책임을 물어 국가를 상대로 별도의 소송을 내 지난 7월 1심에서 3억6천만원의 위자료 지급 판결을 받아냈다. 국가가 이에 불복해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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