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후배 거짓진술”…법원 “증거인멸 우려” 검찰 손 들어줘

사법부 정점에서 구치소 수감

梁측 “나중에 大 적어놓는 식 조작 가능
블랙리스트 의혹은 정당한 인사권 행사”
영장실질심사 5시간 30분 내내 혐의 부인
직접 최종 변론까지 했지만 구속 부메랑
檢 “인사보복 안태근보다 증거 더 탄탄”
PPT 활용 구속 필요성 조목조목 설명
구치소 대기하던 박병대 前대법관 귀가
새벽 구치소 앞 환호하는 민중당
사법농단 의혹으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24일 새벽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민중당 관계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법원이 24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은 검찰이 확보한 물증과 진술이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를 상당 부분 소명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이 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직권남용에 대해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등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전략으로 일관한 것도 검찰이 주장한 구속 수사의 필요성에 더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다.
구치소 나서는 박병대
박병대 전 대법관이 24일 새벽 두 번째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귀가하기 위해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정문을 나서고 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5시간 30분가량(휴정 시간 30분 포함) 진행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통해 검찰과 양 전 대법원장 측 입장을 듣고, 서면 검토를 거친 뒤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신봉수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앞세운 검찰은 프레젠테이션(PPT)까지 활용해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 필요성을 조목조목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개입, 판사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의혹 등 40여개의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대법원장 재임 기간 수십명의 법관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려놓고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의 무게가 서지현 검사 1명에 대한 인사보복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안태근 전 검찰국장보다 수십배 무겁고 증거도 훨씬 탄탄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양 전 대법원장의 진술이 물증이나 후배 판사들 진술과 어긋나는데도 구속하지 않는다면 관련자들과 말을 맞춰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36시간에 걸쳐 조서 열람을 하는 등 실질 심사에 대비해 온 양 전 대법원장 측도 ‘구속’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피하기 위해 검찰 논리를 적극 반박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양 전 대법원장의 주요 혐의로 꼽히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개입과 관련해,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일본 전범 기업을 대리한 김앤장 변호사를 만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재판에 개입한 것은 아니라고 항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서는 “대법원장으로서 정당한 인사권 행사”라고 주장하고,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의 수첩에서 나온 자신의 지시 사항을 뜻하는 ‘大’(대)자 표시에 대해서는 “나중에 적어 놓는 식으로 조작될 수 있는 것 아니냐”면서 후배 법관들의 진술에 대해 거짓 진술 가능성을 제기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최후 변론도 직접 했다.

박병대 전 대법관은 이번에도 구속 위기에서 벗어났다. 박 전 대법관은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심리로 7시간가량(휴정시간 13분 포함) 진행된 실질심사에서 “죄가 안 되는 것 아니냐”고 항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구치소에서 영장 기각 소식을 들은 박 전 대법관은 곧바로 귀가했다. 지난달에도 박 전 대법관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의) 공모관계 성립에 의문이 든다”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 구속되지 않았다.

전날 오전 양 전 대법원장은 실질심사에 출석하면서 “심경이 어떤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잠시 멈칫했다.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1~2초 정도 마이크를 내려다본 양 전 대법원장은 자신의 변론을 맡은 최정숙 변호사가 얼른 들어가자는 몸짓을 취하자 이내 발걸음을 옮겼다. 심사를 마친 뒤에도 굳은 표정으로 법정을 빠져 나온 그는 아무 말 없이 서울구치소로 향하는 호송차에 올라탔다.

반면, 박 전 대법관은 심사가 끝난 뒤에도 법정에서 40여분간 머무르면서 식사를 했다. 법원 관계자는 “중간에 식사 시간이 없어 심문이 짧아진만큼 시간을 더 줬다”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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