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신고리 허가 일부 위법… 취소는 안 돼”
허백윤 기자
입력 2019 02 14 23:40
수정 2019 02 15 03:18
“환경영향평가 일부 누락·위원 2명 결격, 건설허가 좌우할 만큼 큰 흠결 아니다”
그린피스 측 “위법 확인 판결… 항소할 것”원고 청구보다 공공복리 중시 ‘사정판결’
법원이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와 원전 지역 주민들이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허가를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한국수력원자력에 내준 원전 건설 허가 처분에 일부 위법한 점이 있지만 안정성에 별 문제가 없고 공공복리 측면을 고려하면 허가를 취소할 수는 없다는 판단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 김정중)는 14일 그린피스와 559명의 주민들이 원안위를 상대로 낸 신고리 5·6호기 원전건설허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위법 사유의 내용과 성격, 발생 경위, 처분 취소로 예상되는 결과 등을 고려하면 처분 취소 필요성은 매우 작은 반면 취소로 발생하는 ‘공공복리에 반하는 결과’는 상대적으로 중하다”며 ‘사정판결’(事情判決)을 했다.
사정판결이란 행정소송에서 원고의 청구가 이유 있다고 인정되더라도 행정 처분을 취소하는 것이 공공복리에 적합하지 않다면 청구를 기각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12가지 쟁점 중 재판부는 두 가지가 위법했다고 봤다. 한수원이 원전 건설허가를 신청할 때 첨부서류인 ‘방사선 환경영향평가서’ 중 ‘운전 중 중대사고로 인해 환경에 미치는 방사선 영향’ 등 일부 내용이 기재되지 않았다는 점과 원안위 위원 중 두 명이 결격 사유가 있다는 점이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 때문에 원전 건설허가까지 취소할 필요성은 매우 작다고 판단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신고리 5·6호기의 강화된 안전성 개선 조치가 모두 이행되는 등 중대사고를 대비한 설계를 충분히 갖춘 만큼 환경영향평가서의 흠결이 건설 허가를 좌우할만큼 크지 않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또 “허가 취소로 예상되는 약 4년의 건설중단 기간에 1조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사회적 비용까지 더하면 취소로 인한 사회적 손실이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그린피스 측 김영희 변호사는 “처분의 위법성이 인정된 점에서 역사적 판결이라고 평가하지만, 사정판결은 부당하다”며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원안위는 “법원 판단을 존중한다”고 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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