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대법관인데… 권순일 기소 카드 만지작거리는 檢

재판 영향 우려 소환 없이 서면조사 진행

형평성 차원서 공동정범 기소할 수도
권순일 대법관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전직 고위 법관의 기소를 마무리한 검찰이 권순일 대법관 등 현직 법관의 기소 여부를 두고 장고에 들어갔다. 권 대법관은 현직인 데다 대법관인 만큼 기소할 경우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양 전 대법원장의 공소장을 보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 이미 기소된 인물을 제외하고 적시된 공범은 모두 5명이다. 권 대법관, 차한성 전 대법관, 강형주(현 변호사) 전 법원행정처 차장, 이규진(현 서울고법 부장판사)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법원행정처 회계 책임공무원이다.

검찰은 사법농단 수사를 진행하면서 대법원 재판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우려해 현직 대법관에 대해서는 가급적 강제 수사에 제한을 뒀다. 권순일, 노정희, 이동원 대법관 등 현직 대법관은 소환하지 않고 서면 조사만 진행한 것이다.

이런 분위기가 알려지면서 현직 대법관은 기소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권 대법관이 공소장에 적시된 공범 5명에 포함되면서 권 대법관이 양 전 대법원장, 차한성 전 대법관과 공동정범으로 기소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권 대법관은 2013~2014년 법원행정처 차장을 지내면서 물의야기법관 인사조치 검토 보고서 작성을 지시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를 받는다. 검찰 입장에서는 현직 대법관을 기소하면 대법원 재판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으로 오해를 살 수 있어 부담스럽지만, 앞서 임 전 차장도 기소한 만큼 차장 위치에서 직권남용 혐의를 받는 권 대법관을 기소하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지난주 양 전 대법원장 등을 재판에 넘긴 검찰은 추가 기소 명단을 추리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처리할 업무량이 많아 늦으면 3월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법원은 권 대법관이 기소되더라도 곧바로 업무에서 배제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판사가 기소되더라도 통상 1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업무 배제하거나 징계하지 않는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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