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일 대법관 입건도 안 했다… 현직은 못 겨눈 檢
이민영 기자
입력 2019 03 06 23:28
수정 2019 03 07 03:17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양승태 공범’ 적시
가담 정도 약하다 판단해 서면조사 그쳐“입건도 안 됐는데 공범 기재는 부적절”
징계청구 시효 지나 주의 수준 조처할 듯
6일 검찰 등에 따르면 권 대법관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와 관련해 피의자로 입건되지 않았다. 검찰이 수사를 개시해 정식 형사사건이 되는 것을 입건된다고 하고, 입건이 돼야 형사소송법상 피의자가 된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공소장에 공범으로 등장하는 권 대법관은 2013년과 2014년 법원행정처 차장으로서 ‘법관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의혹을 받았다. ‘공범´으로 적시된 만큼 기소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전날 전·현직 법관 10명을 기소하며 수사를 마무리한 검찰은 그러나, 권 대법관에 대해 불기소나 기소유예 등의 처분을 내리지 않았다. 수사팀 관계자는 “공범으로 적시됐다고 반드시 피의자인 것은 아니다”라며 “지휘계통에 있었기 때문에 공소장에 공모했다고 언급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권 대법관을 포함해 사법농단에 연루된 현직 법관 66명의 비위 관련 수사 자료를 대법원에 넘기기는 했다. 하지만 가담 정도가 약하다는 판단에 피의자 입건 조치는 하지 않은 것이다. 수사 당시에도 권 대법관은 직접 소환 없이 한 차례 서면조사만 받았다. 노정희·이동원 대법관도 서면 조사에 그쳤다. 전직 대법원장을 구속기소, 전직 대법관을 불구속기소한 검찰이 현직 대법관의 문턱은 넘지 못한 셈이다.
입건되지 않은 권 대법관에 대해 비위 통보를 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다. 국가공무원법은 수사를 시작한 때와 마친 때에만 관련 사실을 소속 기관에 통보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판사 출신 박판규 변호사는 “입건조차 되지 않았는데 공범으로 기재된 것은 수사가 부실한 것”이라며 “참고인에 불과한 공무원에 대한 수사 내용을 소속기관에 통보하는 것 역시 법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은 이날 출근길에 권 대법관 징계 청구 여부에 대해 “(검찰 통보가) 비위 통보인지 아니면 참고용으로 통보한 것인지 좀더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비위 사실이 인정돼 징계까지 내려질 수 있는 사안인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징계시효인 3년이 지난 사안인 만큼 사실상 징계 청구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경고’나 ‘주의’ 수준의 조처가 내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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