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경찰 영장 왜 기각 됐을까
이민영 기자
입력 2019 05 01 23:02
수정 2019 05 02 03:00
증거 있으니 죄는 재판서 따지란 뜻, 지위 낮아 구속 필요성 없단 의미도
檢, 영장 재청구보다 윗선 공략할 듯박근혜 정부 당시 정보경찰의 선거 개입·불법 사찰 등 의혹을 받는 박기호 경찰인재개발원장과 정창배 중앙경찰학교장(이상 치안감)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배경과 수사 향배에 관심이 쏠린다.
검찰은 구속영장 재청구를 검토하는 한편 경찰과 청와대 고위직에 수사의 초점을 맞출 방침이다.
1일 법원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김성훈)가 청구한 박·정 치안감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서울중앙지법 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피의자가 객관적 사실 관계를 인정하는 점, 법리적 평가 여부만 다투는 점, 가담 경위나 정도에 참작의 여지가 있는 점 등을 사유로 들었다.
박·정 치안감은 전날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선거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청와대에 보고한 행위 등을 인정했지만, 정보국의 통상 업무라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선거 정보 수집 행위가 ‘친박계’ 당선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 반면 피의자들은 특정 정당의 승리나 당선을 목적으로 한 게 아닌 단순 정보 수집 차원이었다고 반박했다.
법원의 기각 사유는 두 가지로 읽힌다. ‘이미 증거자료가 수집돼 있으니 재판에서 죄가 성립되는지를 따져봐라’는 것과 ‘죄는 인정되지만 지위가 낮아 구속할 필요성은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박 치안감이 경찰청 정보심의관, 정 치안감이 청와대 치안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하던 20대 총선 당시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불법 사찰했다며 공직선거법 위반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적용했다.
향후 검찰은 박·정 치안감의 영장을 재청구하기보다는 지휘 라인 수사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박·정 치안감과 경찰·청와대 고위직과의 공모관계를 입증하는 데 수사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모두 정보2과장을 거치고 각각 정보심의관과 청와대 치안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등으로 실무진 역할을 해왔다.
경찰청 정보2과→정보국→청와대 치안비서관실→정무수석으로 연결되는 과정에서 하위직보다는 이를 지시하고 보고받은 당시 강신명 청와대 치안비서관(전 경찰청장)과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검찰은 정치관여와 불법사찰 혐의로 국가정보원과 국군 기무사령부 관계자를 기소했지만 실무진과 고위직 간 공모관계가 입증되지 않아 남재준 국정원장 등이 무죄를 받기도 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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