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인상 농성 벌이다 고발당해…홍익대 청소노동자들 끝내 유죄

업무방해 혐의 인정 집행유예 등 선고

법원 “직원들 큰 위압감 시달렸을 것”
노조 측 “정당한 투쟁이었다” 반발
지난해 1월 초 서울 마포구 홍익대 본관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홍익대분회 소속 청소·경비노동자들이 청소노동자 해고 통지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서울신문 DB
2017년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농성하다가 학교 측으로부터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당한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에게 법원이 유죄를 선고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0단독 김병만 판사는 4일 김민철(32)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 공공서비스지부 조직차장에 대해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박진국(66) 공공운수노조 홍익대 분회장에 대해 벌금 300만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청소노동자 조모(61)씨에 대해서는 벌금 200만원에 선고유예 결정을 내렸다.

이들을 포함한 청소·경비노동자 수십명은 2017년 7월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학교 본관 사무처에서 농성을 벌였다. 또 8월 학위수여식에서 총장실로 들어가려는 김영환 총장을 에워싸고 “진짜 사장 홍익대가 책임지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이에 학교 측은 노동자 7명을 업무방해, 상해 등 9개 죄목으로 고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농성 당시 8시간 이상 마이크를 사용해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르면서 사무처의 업무를 방해했다”면서 “사무처 직원들은 제때 퇴근하지 못하는 등 큰 위압감에 시달렸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임금 인상 투쟁이라는 목적을 고려한다고 해도 학교 측이 노동법상 쟁의행위를 수용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났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박 분회장은 “가난이 죄”라면서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정당한 투쟁을 했는데도 유죄가 나온 걸 보면 법은 강자의 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홍익대 관계자는 “학교는 청소·경비노동자와 직접 임금 계약을 맺는 관계가 아니고 용역업체와의 계약서대로 하는 것”이라면서 “총장이 폭행까지 당해 고발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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