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포 쏴서라도”… 전두환 재판서 나온 헬기 사격

5·18 당시 목격자 6명 재판서 증언

軍상황일지·보급품·관련자 진술 등 제출
헬기용 벌컨포탄 1500발도 항공대 지급
“사단장이 무장헬기 조종사 호출” 증언도
“헌혈하는 사람에게 헬기가 총 쏴” 회고
10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전두환 회고록’ 형사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수만 전 5·18 유족회장이 재판부에 증거물로 제출할 군 기록을 언론에 공개하고 있다. 해당 기록은 5·18 당시 육군 항공대 상황일지 등으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입증하는 내용으로 알려졌다.
광주 연합뉴스
‘로켓포를 쏴서라도 때려라.’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무장한 군 헬기가 사격을 강행했다는 정황을 입증하는 기록물이 10일 ‘전두환 형사재판’에 등장했다. 광주지법 형사8단독 장동혁 부장 심리로 열린 전두환(88) 전 대통령의 사자명예훼손 사건 3차 공판기일에는 정수만 전 5·18유족회장 등 시민 6명이 5·18 당시 헬기 사격 목격담을 쏟아냈다.

정 전 회장은 육군 항공대 상황일지, 전투병과교육사령부(전교사) 보급지원현황 자료, 계엄군의 진술 기록 등을 토대로 1980년 5월 당시 군의 헬기 사격을 증언했다. 정 전 회장이 공개한 자료에는 군 헬기가 항쟁에 참여한 시민을 사살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자료는 육군 1항공여단 상황일지로 1980년 5월 27일 오전 5시 10분 상황에 대해 ‘전과 폭도사살 2명’이라고 기재됐다. 1항공여단은 전남도청에서 항전하던 광주 시민을 진압하고자 계엄군을 광주 도심에 다시 투입한 상무충정작전의 지원부대다.

정 전 회장은 전교사가 광주에 투입한 헬기에 지급한 보급품을 기록한 군 자료도 공개했다. 1980년 5월 전남북 계엄분소였던 전교사는 20㎜ 벌컨포탄 1500발을 항공대에 지급한 것으로 기록됐다. 정 전 회장은 무력 진압 지시를 받았다는 계엄군 증언을 담은 자료도 챙겨 왔다. 자료에는 1980년 5월 22일 오전 10시쯤 육군 31사단장이 505항공대 소속 500MD 무장헬기 조종사를 호출해 ‘로켓포를 쏴서라도 때려라’며 출동 명령을 내렸다는 증언이 담겼다.
10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전두환 회고록’ 형사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수만 전 5·18 유족회장이 재판부에 증거물로 제출할 군 기록을 언론에 공개하고 있다. 해당 기록은 5·18 당시 육군 항공대 상황일지 등으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입증하는 내용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재판부에 제출할 군 기록을 보고 있는 정 전 회장.
광주 연합뉴스
관련 자료를 공개한 정 전 회장은 옛 전남도청 앞 집단 발포가 이뤄진 1980년 5월 21일 오후 헬기 사격을 직접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옛 전남매일신문사 앞쪽에서 동명동 집에 가려고 남동과 서석초등학교 방면으로 갔다”며 “당시 공중에서 헬기가 빙빙 돌며 ‘땅땅땅’ 총 쏘는 소리가 들려 근처 나무 밑으로 피신했다”고 말했다.

증언에 나선 최윤춘(56)씨는 1980년 5월 광주간호원보조양성소에 다니며 광주기독병원으로 실습을 나갔다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회고했다. 최씨는 “헬기가 낮게 날더니 ‘다다다’ 총소리가 났다. 맑은 날이었는데 마른 땅에 빗방울이 튀듯 바닥에 총알이 떨어지는 것을 봤다”고 증언했다. 최씨는 “의사 가운을 입고 긴급 환자를 이송하는 차에도 총을 쏘던 시절이었다. 헌혈하는 사람에게 헬기에서 총을 쏘는 게 이상할 게 없을 정도로 총소리가 빈번했고 총상 환자가 넘쳐났다”고 강조했다.

전 전 대통령은 2017년 4월에 발간한 회고록을 통해 ‘5·18 당시 헬기 기총소사는 없었던 만큼 조비오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다. 조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다’라고 주장, 고 조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지난해 5월 3일 형사재판에 넘겨졌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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