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서라] 조국으로 시작해 조국으로 끝난 20대 마지막 국정감사…“본질 잃었다”
나상현 기자
입력 2019 10 19 15:00
수정 2019 10 19 15:00
[편집자주] 전국 최대 법원과 최대 검찰이 몰려 있는 서울 서초동에는 판사, 검사, 변호사뿐만 아니라 그들을 취재하는 기자들도 있습니다. 일반 국민의 눈으로 보는 법조계는 이상한 일이 참 많습니다. 법조의 뒷이야기와 속이야기를 풀어드리는 ‘법조기자의 서리풀 라이프’, 약칭 ‘법서라’를 토요일에 선보입니다.
각 지역 국립대학과 교육청 등에 대한 교육위원회 국감에선 조 전 장관 자녀의 ‘입시 특혜’ 의혹에 관한 질의가 중심을 이뤘고, 행정안전위원회 국감에선 조 전 장관 일가가 출자한 사모펀드와 연결되는 서울시 지하철 공공 와이파이 사업 입찰 특혜 의혹이 화제에 올랐습니다. 기획재정위원회에선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해 세무조사를 해야 한다는 여야 공방이, 정무위원회에선 ‘조국 사태’를 놓고 이낙연 총리가 사퇴해야 한다는 ‘책임론’이 대두됐습니다. 심지어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조차 KBS의 ‘조국 보도’ 편향성 논란나 조 전 장관 딸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인턴 경력 허위 기재 의혹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죠.
무엇보다 하이라이트는 법제사법워윈회, 그중에서도 ‘빅3’라 불리는 서울중앙지검·법무부·대검 국감이었습니다. 지휘 관계로 이어지는 세 기관들의 국감 시작과 끝은 조 전 장관이었습니다.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와 조 전 장관이 남기고 간 검찰개혁이 국감장을 지배하다시피 했습니다. 여야 할 것 없이 말이죠.
#서울중앙지검장 “피의사실공표, 각서 받았다”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을 향한 질의 대부분은 조 전 장관 일가 수사를 둘러싼 ‘피의사실공표’ 의혹이었습니다. 지난 8월 27일 압수수색을 기점으로 본격화된 조 전 장관 일가 수사는 ‘검찰이 피의사실을 언론에 흘린다’는 논란을 가져왔습니다. 특히 일부 매체가 압수물을 상세히 보도하면서 의혹이 커졌죠. 결과적으로 압수수색이 끝난 현장을 들어간 것으로 해명이 됐지만, 여당 의원들은 서울고검과 서울중앙지검 등 국감이 열렸던 지난 7일 다시금 질의를 이어갔습니다.
여야 간 격렬한 공방도 빚어졌죠. 아직 조 전 장관이 사임하기 전이었던 만큼 의원들은 한껏 민감해보였습니다.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의 “내로남불도 유분수”라는 발언에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가 조국이야?”라고 응수하면서 국감장에서 웃음이 터지는 일도 있었지만, 패스트트랙 관련 수사를 놓고선 공격 수위가 높아지자 법사위원장인 여상규 자유한국당 의원은 “웃기고 있네, ×신같은 게”라고 중얼거리다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험난한 국감 여정이 엿보이는 장면이기도 했죠.
#‘조국 없는 법무부’에서도 ‘기승전조국’
그러나 지난 15일 열린 법무부 국감은 의외로 힘 빠진 모습이었습니다. 전날 조 전 장관이 갑작스럽게 사퇴했기 때문이었죠. 여야는 ‘표적’을 잃고 질의서를 대폭 수정하는 등 약간 당황한 모습이었지만, 그럼에도 화두의 중심은 여전히 조 전 장관이었습니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조 전 장관의 사퇴를 두고 “우병우보다 더한 법꾸라지(법+미꾸라지)다”, “거짓 해명으로 일관하다 위증죄가 두려웠는지 국감을 하루 앞두고 장관 자리에서 물러났다”고 공격했지만, 당사자가 자리에 없었기 때문에 ‘헛발질’에 가까웠습니다. 장관 대행으로 나온 김오수 법무부 차관도 “어제까지 장관으로 모셨는데 전임 장관에 대해 이야기하기 힘들다”라고 대꾸했죠. 대신 조 전 장관이 남기고 간 검찰개혁을 둘러싼 지적이 이어졌고, 여당에서도 일부 비판적인 질의가 있었습니다.
김도읍 의원 등은 법무부가 서울·광주·대구 등 3개 검찰청을 제외한 특수부를 전면 폐지하기로 한 데 대해 “왜 경남 지역에서 부산지검이 특수부 폐지 대상이 됐느냐”고 강도 높게 질의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고향인 부산에서 특수부를 제외해 대통령 일가에 대한 수사 가능성을 줄이려는 정치적 의도가 아니냐는 취지였습니다. 김 차관은 항만이 있는 부산지검 특성상 외사부가 있기 때문에 특수부 필요성이 적었다는 취지로 답변했습니다.
조 전 장관의 퇴임 기념 동영상이 국감장에 여러 차례 띄워지기도 했습니다. 사퇴한 다음 날 공개된 동영상에 대해 장제원 의원 등은 누구의 지시로 만든 것인지, 전임 박상기 전 장관 퇴임 때는 만들지 않았는데 왜 조 전 장관만 만들었는지 등을 추궁했죠.
결국 법무부 국감에서조차 조 전 장관을 벗어난 질의는 거의 없었습니다. 교정 정책, 외국인 정책, 인권 정책 등 법무부의 주요 업무는 대부분 의원에게 관심의 대상 밖이었습니다. 기껏 일으켜 세운 황희석 인권국장에게 과거 SNS 글을 놓고 문제 삼을 뿐이었죠.
#대검도 ‘조국’으로 마무리
지난 17일 법사위 국정감사의 대미를 장식한 대검 국감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발끈’으로 요약됩니다. 이날은 특히 조 전 장관 일가 수사에 대한 지적이 계속해서 이어졌습니다. 박지원 무소속 의원이 조 전 장관 부인 기소를 놓고 ‘백지기소’, ‘공갈기소’ 등의 표현을 쓰면서 계속 지적하자 “공개적인 자리에서 어느 특정인(정 교수)을 여론 상으로 보호하시는 듯한 그런 말씀 자꾸 하시는데”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욱’한 목소리로 대응하자 박 의원조차 기가 눌리는 모습을 보였죠. 평소 ‘정치 9단’이라 불리던 박 의원은 다음 날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검사 10단이 정치 9단에게 져준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속내로는 이겼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윤 총장은 이날 “예나 지금이나 정무 감각 없는 것은 똑같은 것 같다”고 발언하기도 했습니다. 정무적인 판단으로 조 전 장관 수사를 강행했다거나, 패스트트랙 수사를 미루는 것이 아니라는 취지죠.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을 놓고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여러 차례 일어나야 하기도 했죠.
국정감사는 헌법에 명시된 국회의 권한입니다. 헌법 제61조는 ‘국회는 국정을 감사하거나 특정한 국정사안에 대하여 조사할 수 있으며, 이에 필요한 서류의 제출 또는 증인의 출석과 증언이나 의견의 진술을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죠. 삼권분립 및 상호견제 정신에 맞춰 입법부가 행정부를 견제·감시할 수 있는 중요한 제도입니다. 흔히들 ‘국회의원이 행정부에 가장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기간’이라고도 하죠. 그러나 이번 국정감사에서 ‘조국’ 이슈 외에 정말 행정부에 대한 올바른 견제가 이뤄졌다고 볼 수 있을지, 아쉬움이 남습니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조국판 좀 그만 합시다. 국정감사 좀 하고 나랏일도 좀 합시다.”다음 주면 제20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도 끝이 납니다. 아직 완전히 종료되진 않았음에도 이미 총평은 나온 듯합니다. ‘조국 국감’이라는 말 한마디로 쉽게 정의할 수 있죠. 상임위원회와 상관없이 대부분 국감장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이름이 오르내렸습니다. 언급되지 않는 것이 어색할 정도였죠.
각 지역 국립대학과 교육청 등에 대한 교육위원회 국감에선 조 전 장관 자녀의 ‘입시 특혜’ 의혹에 관한 질의가 중심을 이뤘고, 행정안전위원회 국감에선 조 전 장관 일가가 출자한 사모펀드와 연결되는 서울시 지하철 공공 와이파이 사업 입찰 특혜 의혹이 화제에 올랐습니다. 기획재정위원회에선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해 세무조사를 해야 한다는 여야 공방이, 정무위원회에선 ‘조국 사태’를 놓고 이낙연 총리가 사퇴해야 한다는 ‘책임론’이 대두됐습니다. 심지어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조차 KBS의 ‘조국 보도’ 편향성 논란나 조 전 장관 딸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인턴 경력 허위 기재 의혹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죠.
무엇보다 하이라이트는 법제사법워윈회, 그중에서도 ‘빅3’라 불리는 서울중앙지검·법무부·대검 국감이었습니다. 지휘 관계로 이어지는 세 기관들의 국감 시작과 끝은 조 전 장관이었습니다.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와 조 전 장관이 남기고 간 검찰개혁이 국감장을 지배하다시피 했습니다. 여야 할 것 없이 말이죠.
#서울중앙지검장 “피의사실공표, 각서 받았다”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을 향한 질의 대부분은 조 전 장관 일가 수사를 둘러싼 ‘피의사실공표’ 의혹이었습니다. 지난 8월 27일 압수수색을 기점으로 본격화된 조 전 장관 일가 수사는 ‘검찰이 피의사실을 언론에 흘린다’는 논란을 가져왔습니다. 특히 일부 매체가 압수물을 상세히 보도하면서 의혹이 커졌죠. 결과적으로 압수수색이 끝난 현장을 들어간 것으로 해명이 됐지만, 여당 의원들은 서울고검과 서울중앙지검 등 국감이 열렸던 지난 7일 다시금 질의를 이어갔습니다.
“수사 초기에 검사를 포함한 모든 직원에게 (보안) 각서를 받았고, 매일 차장검사가 돌면서 교육하고 있습니다. 지검장으로서 하나하나, 검사들에게 매일 같이 피의사실공표로 오해 받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월 신문보도를 분석해 ‘검찰 관계자’가 명시된 단독 기사가 많다는 점을 지적하며 “검찰 관계자다 하면서 언론에 피의사실을 흘리는 것이 합법인가 불법인가”라고 지적했습니다. 정성호 의원 등 다른 여권 인사도 크게 다르지 않은 취지로 질문하자 배 지검장은 얼굴을 찡그리면서 날카롭게 답변했습니다. 오전까지만 해도 다소 소극적인 모습이었지만, 오후에도 관련 질의가 이어지자 답답한 마음에서인지 배 지검장은 적극적으로 답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여야 간 격렬한 공방도 빚어졌죠. 아직 조 전 장관이 사임하기 전이었던 만큼 의원들은 한껏 민감해보였습니다.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의 “내로남불도 유분수”라는 발언에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가 조국이야?”라고 응수하면서 국감장에서 웃음이 터지는 일도 있었지만, 패스트트랙 관련 수사를 놓고선 공격 수위가 높아지자 법사위원장인 여상규 자유한국당 의원은 “웃기고 있네, ×신같은 게”라고 중얼거리다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험난한 국감 여정이 엿보이는 장면이기도 했죠.
#‘조국 없는 법무부’에서도 ‘기승전조국’
그러나 지난 15일 열린 법무부 국감은 의외로 힘 빠진 모습이었습니다. 전날 조 전 장관이 갑작스럽게 사퇴했기 때문이었죠. 여야는 ‘표적’을 잃고 질의서를 대폭 수정하는 등 약간 당황한 모습이었지만, 그럼에도 화두의 중심은 여전히 조 전 장관이었습니다.
김도읍 의원 등은 법무부가 서울·광주·대구 등 3개 검찰청을 제외한 특수부를 전면 폐지하기로 한 데 대해 “왜 경남 지역에서 부산지검이 특수부 폐지 대상이 됐느냐”고 강도 높게 질의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고향인 부산에서 특수부를 제외해 대통령 일가에 대한 수사 가능성을 줄이려는 정치적 의도가 아니냐는 취지였습니다. 김 차관은 항만이 있는 부산지검 특성상 외사부가 있기 때문에 특수부 필요성이 적었다는 취지로 답변했습니다.
조 전 장관의 퇴임 기념 동영상이 국감장에 여러 차례 띄워지기도 했습니다. 사퇴한 다음 날 공개된 동영상에 대해 장제원 의원 등은 누구의 지시로 만든 것인지, 전임 박상기 전 장관 퇴임 때는 만들지 않았는데 왜 조 전 장관만 만들었는지 등을 추궁했죠.
결국 법무부 국감에서조차 조 전 장관을 벗어난 질의는 거의 없었습니다. 교정 정책, 외국인 정책, 인권 정책 등 법무부의 주요 업무는 대부분 의원에게 관심의 대상 밖이었습니다. 기껏 일으켜 세운 황희석 인권국장에게 과거 SNS 글을 놓고 문제 삼을 뿐이었죠.
지난 17일 법사위 국정감사의 대미를 장식한 대검 국감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발끈’으로 요약됩니다. 이날은 특히 조 전 장관 일가 수사에 대한 지적이 계속해서 이어졌습니다. 박지원 무소속 의원이 조 전 장관 부인 기소를 놓고 ‘백지기소’, ‘공갈기소’ 등의 표현을 쓰면서 계속 지적하자 “공개적인 자리에서 어느 특정인(정 교수)을 여론 상으로 보호하시는 듯한 그런 말씀 자꾸 하시는데”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욱’한 목소리로 대응하자 박 의원조차 기가 눌리는 모습을 보였죠. 평소 ‘정치 9단’이라 불리던 박 의원은 다음 날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검사 10단이 정치 9단에게 져준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속내로는 이겼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윤 총장은 이날 “예나 지금이나 정무 감각 없는 것은 똑같은 것 같다”고 발언하기도 했습니다. 정무적인 판단으로 조 전 장관 수사를 강행했다거나, 패스트트랙 수사를 미루는 것이 아니라는 취지죠.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을 놓고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여러 차례 일어나야 하기도 했죠.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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