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대로 수사” vs “수사 혼선 방지”… 공수처 사전통보 충돌

검·경 인지 즉시 고지 독소조항 논란

檢 “실세 등 공정한 법집행 불가능
아무 협의없이 마음대로 끼워 넣었다”

4+1 “원안엔 수사중 사건도 막을 권한
처음부터 있었다… 효율적 수사에 도움”
윤석열 검찰총장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구내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협의가 되지 않은 내용이 어떻게 이런 식으로 들어갈 수 있느냐.”

윤석열 검찰총장은 26일 오전 대검찰청 간부회의에서 불같이 화를 냈다고 한다. 여야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가 지난 24일 합의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수정안 가운데 ‘공수처에 사전 통보’라는 추가된 한 줄의 조항 때문이다. 그동안 “국회와 국민의 결정에 따르겠다”며 원론적 입장만 밝혀 온 검찰은 강력한 반대로 입장이 뒤바뀌었다.

①‘공수처에 사전 통보’는 ‘독소조항’일까

-‘공수처 입맛대로 수사 개시 또는 무마’ vs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는 공수처가 원칙’

‘다른 수사기관이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고위공직자 범죄 등을 인지한 경우 그 사실을 즉시 수사처에 통보하여야 한다.’ 윤 총장을 ‘격노’하게 한 공수처법 24조 2항은 검찰과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고위공직자의 범죄를 인지한 단계부터 곧바로 공수처에 모두 알리라는 내용이다. 공수처가 수사 초기부터 개입해 수사기관에서 계속 수사할지, 공수처에서 수사할지를 결정하게 된다. 공수처에 힘을 실어주는 동시에 수사기관의 수사 자율성을 제약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원안(백혜련 의원 안) 24조 1항에는 ‘수사처와 중복되는 다른 수사기관의 범죄수사는 처장이 이첩을 요청하는 경우 해당 수사기관이 응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고, 이 조항은 수정안에도 남아 있다. 수사 도중 이첩을 ‘요청할 수 있다’와 강제수사에 들어가기 전부터 ‘통보해야 한다’는 것이 검찰엔 반발이 터져 나올 만큼 큰 차이인 것이다.

검찰은 이 조항으로 공수처의 성격과 본질이 완전히 달라진다며 거세게 항의했다. 한 검찰 고위 간부는 “헌법에도 없는 공수처가 사실상 검경을 검열하고 상위기관으로서 지휘하는 권한을 갖게 될 것”이라며 “정권 실세 등 고위공직자에 대한 공정한 법 집행이 불가능하게 되면 그 영향과 피해는 국민들의 몫”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수처가 입맛에 맞는 사건을 이첩받아 자체 수사를 개시해 과잉수사를 하거나 검경의 엄정수사에 맡겨 놓고 싶지 않은 사건을 가로채 가서 부실 수사할 수 있다”(대검 입장문)는 것도 검찰이 앞세운 논리다.

그러나 법조계의 내부에서도 생각은 엇갈린다. 김지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위원장은 “그동안 고위공직자 부패 범죄에 대해 수사를 잘하지 못한 검찰을 견제하기 위해 공수처가 만들어진 것”이라면서 “법에 따라 관할이 명시된 만큼 고위공직자 수사는 공수처에 넘기는 게 당연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여야 4+1 협의체도 “중복된 수사기관의 인력과 수사력이 낭비되거나 서로 혼선을 빚지 않도록 초반에 정리하자는 취지”라며 검찰이 수사 주도권을 놓지 않기 위해 반발하는 것이라고 폄하했다. 또 ‘청와대의 일체 관여 금지’ 조항(3조 3항)을 추가해 청와대의 눈치를 보거나 입맛대로 수사하지 않도록 공수처의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다고 장담한다.

② 갑자기 왜 들어갔나?

-‘중대한 내용 아무 협의 없이 끼워 넣어’ vs ‘4+1 협의체 초반부터 결정’

자유한국당과 검찰 모두 “이 조항이 갑자기 왜 들어갔는지 모르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4+1 협의체 관계자들은 “4+1 협의체 가동 초반에 합의했던 사실”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의당 여영국 의원은 “11월 중·하순 4+1 협의체가 본격 가동되면서 ‘인지 후 보고’가 제시됐고, 쟁점사항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패스트트랙안의 중대한 내용을 변경하는 수정안으로 수정의 한계를 넘었을 뿐 아니라 국회 법제사법위, 사법개혁특위 등에서 공식적으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갑자기 포함된 것”이라며 절차상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비롯해 청와대를 겨냥한 수사에 대한 여권의 불만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국회와 국민적 결단에 따른 것이라면 받아들일 수 있지만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시점에 공론화도 없이 갑작스레 이 조항이 포함된 것은 대의 민주주의에도 반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원안대로라면 검경이 수사 중이던 내용을 공수처가 가져갈 수 있어 그대로 통과되면 검찰이 더 싫어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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