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태원 참사 추모공간 훼손한 인근 상인, 檢 ‘상생·통합’ 취지 기소유예
곽진웅 기자
입력 2023 03 26 17:00
수정 2023 03 26 17:00
“이태원 참사 후 영업 안 돼 추모공간 훼손”
檢 ‘상생·통합’ 취지 고려해 기소유예 처분
서울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서부지검 형사1부(부장 김상현)는 지난 20일 이태원 참사 현장 희생자 추모 포스트잇과 이를 보호하기 위해 붙여둔 보호시트지를 뜯어 시가 10만원 상당의 재물을 망가뜨린 혐의를 받는 상인 A씨에게 기소유예 처분했다. 기소유예는 불기소 결정의 일종으로 피의사실은 인정되나 범행의 동기, 피해자와의 관계 같은 양형 조건을 참작해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이다.
A씨는 지난 1월 21일 새벽 술을 마시고 이태원 참사 현장 골목을 지나가던 중 참사 추모 시설이 철거되지 않아 영업에 피해를 보고 있다는 생각에 이러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이태원 참사 이후 영업이 안 돼서 속상한 마음에 추모 공간을 훼손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1월 27일 서울용산경찰서에서 이 사건을 송치받은 후 이태원 참사 유족과 인근 상인 간 화해를 통한 분쟁 해결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사건을 형사조정에 부쳤다. 형사조정이란 검찰청 형사조정위원회에서 사건 분쟁에 따른 피해를 실질적으로 회복하고 자율적 해결을 도모하기 위해 설치된 제도다.
A씨는 유족 측에 “잘못된 행동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앞으로 유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전달했다. 유족 측도 A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아 형사조정이 성립됐다. 검찰 관계자는 “사안이 가볍지 않았지만 피의자와 피해자 간 화해를 통해 분쟁이 원만히 해결된 점을 고려해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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