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탈취’…삼성 2인자 노조 와해 혐의로 법정 구속

삼성전자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18일 오후 경북 구미시 삼성전자 구미사업장 앞에서 선전전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는 이날 전국 사업장에서 선전전을 벌여 조합원 모집에 나섰다. 2019.11.18 한국노총 제공
삼성전자서비스 노조를 와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유영근)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의장에게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에게도 징역 1년6월이 선고됐다. 이들은 모두 법정구속됐다.

이 의장 등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등에서 노사 업무를 수행했다. 검찰은 지난해 9월 이 의장 등 삼성 전·현직 임직원 18명을 포함해 총 3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가운데 26명이 1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았다.

피고인들은 2013년 삼성전자서비스에 노조가 설립되자 삼성전자 미래전략실이 마련한 ‘그룹 노사 전략’을 바탕으로 협력업체 폐업, 노조원 표적감사 등 노조 와해 공작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2014년 노조 탄압에 반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 지회 양산센터 분회장 염호석(당시 34세)씨 장례가 노동조합장으로 치러지는 일을 막기 위해 염씨 아버지에게 6억여원을 건네고, 경찰을 동원해 염씨 시신을 탈취한 혐의도 있다.

염씨의 장례식이 갑작스럽게 노동조합장에서 가족장으로 바뀐 사건에 대해서는 지난해 SBS 방송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재조명한 바 있다.

이 의장 등 삼성전자 임직원들은 2013년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에 노조가 설립되자 노조와해 전략을 그룹 차원에서 수립해 시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강성 노조가 설립된 하청업체를 폐업시켜 노조원들을 경제적 어려움에 봉착하게 하고, 노조원에 대한 민감한 정보를 빼돌리고 표적 감사를 벌이기도 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회삿돈을 빼돌려 사망한 노조원 유족에 무마용 금품을 건네거나, 노사 협상을 의도적으로 지연한 혐의 등도 있다. 이 과정에 경총 임직원이나 정보 경찰이 개입한 사실도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재판부는 이런 혐의 중 일부를 제외한 상당 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특히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에서 만든 ‘노사전략 문건’이 삼성전자→삼성전자서비스→협력업체 순으로 이어진 공모관계에 따라 실행됐다는 검찰의 공소를 재판부는 인정했다.

재판부는 “미전실에서 하달돼 각 계열사와 자회사로 배포된 연도별 그룹 노사전략 문건과 각종 보고자료 등 노조 와해·고사 전략을 표방하고 구체적 방법을 기재한 문건의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라며 “이 문건들을 굳이 해석할 필요 없이 그 자체로 범행의 모의와 실행, 공모까지 인정할 수 있는 것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이를 실무자들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작성한 것일 뿐 고위층에 보고되거나 실제 시행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미래전략실 강경훈부터 최고재무책임자(CFO) 이상훈에 이르기까지 노조 와해·고사 전략을 지시하고 보고받은 증거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상훈 의장에 대해서는 “본인이 모르는 부분이 많다고 하지만, 윗사람의 공모·가담에 대해 단지 지엽적인 부분을 몰랐다는 이유로 면책해드릴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노사전략 문건’에는 노동조합 가입자가 절반이 넘는 직장은 아예 폐쇄하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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