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갇힌 ‘좁고 긴’ 비구름… 동작 폭우때 도봉 조용
김헌주 기자
입력 2022 08 10 01:08
수정 2022 08 10 02:03
8월 ‘최악 물폭탄’ 왜 쏟아졌나
성질 다른 공기 대치로 정체전선
밤엔 수증기 더해져 야행성 폭우
“기후변화 결과인지 단정 어려워”
내일까지 수도권 최고 300㎜ 비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에는 8일 0시부터 9일 오후 6시까지 469.5㎜의 비가 내렸다. 지난 8일 동작구 일일 강수량(381.5㎜)과 1시간 강수량(오후 8~9시·141.5㎜) 모두 기상 관측 이후 115년 만에 최고치다. 얇은 띠 형태 비구름대가 ‘인천 남부 지역~서울 남부 지역~경기 양평군 라인’에 형성되면서 동작구 등 서울 남부 지역에 폭우가 집중됐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북쪽에서 내려온 찬 공기(대기 상층부)와 남쪽의 고온다습한 공기(하층부)가 강하게 충돌하면서 정체전선이 만들어졌는데, 찬 공기가 동쪽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상층부에 갇히면서 전선의 이동 속도가 느려졌고 이 탓에 특정 지역에 시간당 50~100㎜의 비를 쏟았다.
남북 폭이 좁아 지역별 강수량 차가 큰 것도 이번 정체전선의 특징이다. 띠 형태의 얇은 비구름대가 서울 전역을 다 덮을 정도로 크지 않아 같은 서울이라도 지역별로 폭우 양상이 달랐다. 8일 동작구에 시간당 140㎜ 이상 내렸지만, 같은 시간 20㎞도 떨어지지 않은 도봉에는 비가 내리지 않았다. 성질이 다른 두 공기가 서울 남부 지역 중심으로 수 시간 이동하지 않고 대치했다는 분석 외에 객관적인 강수량 측면에서의 분석이 어렵다.
북쪽 찬 공기와 남쪽 따뜻한 공기 간 싸움이 지속되면서 정체전선의 위치도 계속 바뀌고 그에 따라 강수 구역도 달라질 전망이다.
10일 오후 북쪽의 찬 공기가 힘이 세지면서 정체전선이 밀려 내려와 11일 오전까지 충청 북부와 전북 북부를 중심으로 강한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10일 낮부터 11일 새벽 사이 수도권은 일시적으로 비가 오지 않는 상태가 될 전망이다. 이후 정체전선은 11일 오후 다시 북상해 수도권과 강원 영서에 비를 뿌리겠다.
장마철 야행성 폭우의 원인으로 꼽힌 ‘하층제트’(대기 하층에 부는 빠른 바람)가 밤사이 강해지는 점도 변수다. 정체전선이 밤중에 머무는 지역은 수증기를 품은 하층제트까지 더해져 비구름대가 강하게 발달할 수 있다.
이번 집중호우가 기후변화 결과인지에 대해서도 섣불리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상청은 “오랜 기간 진행한 기후학적 변화가 단기 기상 변화나 대기 상태 변화를 일으켰다고 단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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