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옆 춤추는 사람들, 심각성 몰랐다”…뒤늦은 재난문자
이보희 기자
입력 2022 11 01 09:35
수정 2022 11 01 10:21
사고 발생 1시간 41분 후 첫 재난문자 발송
‘차량 우회’ ‘귀가 독려’ 등 내용
“‘사망’ 표현은 불안감 조성할 수 있어 자제”
핼러윈 행사가 진행되고 있던 만큼 구급차를 퍼포먼스의 일환으로 생각했다는 해명도 나왔다. 바로 옆에서 일어난 사고에도 많은 인파와 시끄러운 소음으로 인해 심각성이 전달되지 않았던 것. 이에 재난문자 활용이 가능한 행정당국의 대처를 두고도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일 국민안전재난포털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지난 29~30일 오전 사이 서울시는 7차례, 용산구는 2차례 재난문자를 발송했다.
당시 사고 현장에서는 인근 클럽 등에서 나오는 노래 소리와 여전히 몰려드는 인파로 구조 작업에 어려움이 빚어졌다. 교통이 원활하지 않아 구조 인력이 진입하는데도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됐다.
사상자들의 ‘골든타임’을 확보하기 위해 주변 협조가 절실했지만, 상황 전파가 발빠르게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한 쪽에서는 춤추고 즐기는 모습까지 나타난 것.
재난문자는 기지국 정보를 기반으로 발송되는 만큼 특정지역에 있는 사람들에게 재난 정보를 알리기에 효과적이다. 실제 사건 당일 서울시와 용산구는 9건의 관련 재난문자를 발송했다.
하지만 발송된 재난문자는 접근을 자제하고 귀가를 독려하거나 차량의 우회를 당부하는 내용에 그쳤다. 이마저도 사고 발생 초기에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시는 사고가 발생한 지난 29일 오후 11시 56분쯤 ‘용산구 이태원 해밀톤호텔 앞 긴급사고로 현재 교통통제 중. 차량 우회 바랍니다’라는 재난문자를 처음으로 보냈다. 참사 관련 신고가 당일 밤 10시 15분에 접수된 점을 감안하면, 사고 발생 최소 1시간 41분이 지나서야 재난문자가 발송됐다.
용산구도 30일 오전 12시 11분쯤 ‘이태원역 헤밀톤호텔 일대 사고 발생으로 인하여 통제 중. 시민께서는 이태원 방문 자제 및 차량 우회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재난문자를 처음 보냈다.
용산구도 서울시의 재난문자 발송 이후 추가 재난문자 발송 요청이 들어와 뒤늦게 재난문자를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발송된 문자도 차량 우회 및 접근 자제, 귀가 독려를 위한 재난문자였다. 상황의 심각성을 알리기에는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와 용산구는 ‘인명피해’, ‘사망’ 등의 표현이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어 완곡하게 표현했다는 입장이다.
이 팀장은 “해당 사고와 관련 없는 사람들도 보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표현보다는 완곡한 표현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면서 “현장 상황을 몰랐다. CPR(심폐소생술) 중인 것으로 알고 있었고, 정확한 사망 판정에 대해서는 저희가 알 수 없다. 꼭 사망이라고 표현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김유진 용산구청 안전재난과 주무관은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어서 일단 ‘사고 발생’으로 보냈다”며 “문구를 어떻게 보낼지 내부적으로 상의한 결과 그렇게 결정했다”고 밝혔다.
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전날 오후 11시 기준 이태원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오후 6시 기준 154명(외국인 26명)에서 1명 추가돼 155명이 됐다. 추가된 사망자는 중상자였던 24세 여성으로 전날 오후 9시쯤 사망했다.
중상자는 3명 줄어든 30명, 경상자는 6명 늘어난 122명으로 부상자는 총 152명이다. 이밖에 다른 중상자 2명은 경상자로 전환됐고, 여기에 경상자 4명이 새로 확인됐다.
현재까지 이태원 사고 사망자는 남성 55명, 여성 100명으로 집계됐다. 연령별로 보면 20대가 103명으로 가장 많고, 30대 31명, 10대 12명, 40대 8명, 50대 1명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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