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마음 아플까 봐… 이불 덮고 혼자 울려 해”
조희선 기자
입력 2018 11 06 23:10
수정 2018 11 07 04:16
한국 영화계 ‘큰 별’ 신성일 영결식
엄앵란 “다시 만나면 선녀같이 공경할 것”“하늘의 별 되어 영화계 앞날 밝혀주시길”
신영균·김동호 등 영화인 150여명 참석
지난 4일 새벽 타계한 신성일의 영결식이 6일 오전 10시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영결식에는 부인 엄앵란과 유가족·친지를 비롯해 원로배우 신영균,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 이장호 감독, 오석근 영화진흥위원장, 배우 이덕화·독고영재·김형일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고인의 영정이 영결식장에 들어서고 ‘맨발의 청춘’, ‘초우’, ‘안개’, ‘장군의 수염’, ‘별들의 고향’, ‘길소뜸’ 등 고인의 생전 모습이 담긴 대표작이 상영됐다.
영결식장에 입장한 엄앵란은 “가만히 앉아서 사진을 이렇게 보니 당신도 늙고 나도 늙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울면서 보내고 싶지는 않다. ‘왜 안 우느냐’고 하는데 울면 망자가 마음이 아파서 걸음을 못 걷는다고 한다. 억지로 안 울고 있는데 집에 가서 밤 12시에 불 끄고 이불 덮고 실컷 울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희로애락도 많지만, 그간 엉망진창으로 살았다”며 “남편이 다시 태어나 또다시 산다면 정말 선녀같이 공경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배우 안성기와 함께 공동장례위원장을 맡은 지상학 한국영화인총연합회장은 추도사에서 “선배님처럼 시대의 아이콘으로 불린 대스타는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며 “만인의 연인으로 살아보셨으니 이 세상에 미련은 버려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지 회장은 이어 “당신이 있었기에 행복했고 같은 시대에 산 것이 행운이었다”며 “이제 하늘의 별이 되셨으니 사랑하는 지상의 가족을 잘 보살피고 우리 영화의 앞날을 잘 밝혀 달라”고 말했다.
오 위원장은 “선생님은 500편이 넘는 수많은 영화로 사람들의 가슴에 가장 아름다운 별이 됐다”고 추도했다. 또 “오직 영화를 위해 살아간 선생님의 진정과 열정을 절대 잊지 않겠다”며 “선생님이 그토록 사랑한 한국 영화가 세계 영화의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 하늘에서 행복하고 평안하길 간절히 기원한다”고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추도사 뒤에는 분향과 헌화가 이어졌다. 엄앵란이 고인 앞에 국화 한 송이를 바쳤고 조문객들이 그 뒤를 따랐다. 영결식을 마친 후 영정과 고인이 누운 관은 운구차로 옮겨졌다. 손자가 영정을 들고 배우 안성기·이덕화·김형일·독고영재 등이 관을 옮겼다. 고인의 유해는 서울추모공원으로 옮겨져 화장된 뒤 장지인 경북 영천에 안치됐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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