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글게 1446m, 세종으로… 동~그랗게 22m, 우주로
손원천 기자
입력 2022 07 20 17:30
수정 2022 07 21 04:47
잘 몰라서 아까운 여행지, 세종시
세종특별자치시가 공식 출범한 지 올해로 꼬박 10년이다. 출범 훨씬 이전부터 온갖 부침이 있었지만 어엿한 지방자치단체로 공식 명함을 내민 건 2012년 7월 1일이다. 당시만 해도 맨땅에 세워진 세종시는 주말에 갈 곳 하나 없는 천생 콘크리트 도시였다. 이제는 바뀌었다. 자체 발광의 여행지가 됐다. 한나절로는 부족할 만큼 돌아볼 곳이 한가득이다.우주에 퀘이사라는 천체가 있다. 지구에서 수억~수십억 광년 떨어진 일종의 블랙홀로, 밝기가 태양의 수조 배에서 수백조 배에 이른다. 이런 각별한 상징성 덕에 모임의 이름을 퀘이사로 정하는 친목 단체들도 꽤 많다. 지구상 16개 나라에 퀘이사의 빛을 관측하는 전파망원경이 있다. 일종의 연구공동체인데, 서로의 관측 결과를 비교해 지구 위 장소의 위치를 정확하게 특정해 내는 일을 한다. 그 정확도가 GPS보다 수천 배 높아 국가 정밀측량에 활용된다. 세종시의 측지센터는 세계 16개 측지 공간 중 하나다.
그런데 뭐가 아깝다는 건가. 이 기관의 존재를 ‘알아 주는’ 이들이 너무 적다. 지식의 한계를 넓힐 수 있고(그것도 공짜로), 볼거리도 제법 있는 곳인데도 그렇다. 얼마 전 독자 기술로 개발한 누리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되면서 우리도 본격적인 우주 탐사 시대의 막을 열었다. 국민들의 자긍심도 높아졌다. 한데 여전히 측지관측센터를 찾는 이들은 드물다. 사전에 신청만 하면 대여해 주는 천체망원경도 있지만 회전축에 거미줄이 생겼을 정도로 제대로 ‘회전’이 안 되고 있는 듯하다.
측지센터의 최대 볼거리는 지름 22m에 달하는 전파망원경이다. 그 거대한 구조물이 굉음을 내며 회전하는 장면이 무척 인상적이다. 망원경 뒤에 새겨진 글귀처럼 ‘하늘을 재고 땅을 헤아리’는 중이다.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망원경엔 수억 광년 너머에서 날아온 빛의 입자들이 맺히고 있을 것이다. 영화 ‘컨택트’의 제목처럼 그런 상상만으로도 우주와 ‘컨택트’하는 듯해 짜릿하다.
관측센터를 찾는 이들이 드문 건 어딘가 연구기관 같은 이름의 무게감, 가 본들 이해할 수 없을 거라는 막연한 거리감 등 때문일 것이다. 센터 측에서 밤하늘 관측 프로그램 같은 가족, 연인들이 좋아할 행사들을 자주 열다 보면 좀더 시민들이 아끼는 공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제 멋진 볼거리들을 말할 차례다. 먼저 금강보행교부터. 세종시를 관통하는 금강 위에 세워진 원형의 다리다. 한국관광공사 세종충북지사가 선정한 ‘강소형 잠재관광지’다. 한글의 ‘이응’(ㅇ)과 모양이 같아 ‘이응다리’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1446m에 달하는 길이는 세종대왕이 한글을 반포한 1446년을 반영한 것이다. 1116억원을 들여 3년 8개월 공사 끝에 지난 3월 말 개통했다. 복층 원형 구조로 위층은 보행로, 아래층은 자전거도로다.
교량 여기저기에 낙하분수, 익스트림 스포츠시설 등이 조성됐다. 증강현실(AR) 망원경, 버스킹 공연장 등도 설치됐다. 자전거가 없는 이들은 세종시의 공공자전거인 ‘어울링’을 대여하면 된다. 오전 6시~밤 11시 개방된다. 물론 입장료는 없다.
보통은 오후 6시에 문을 닫는데, 여름 시즌에만 특별히 야간 개장을 한다. 매주 금·토요일 오후 9시까지 사계절 온실을 돌아볼 수 있다. 야간 개장은 오는 8월 27일까지다. 반려식물 나눔(선착순), 가드닝 클래스, 버스킹 공연 등 다양한 이벤트도 마련된다.
■여행수첩
-우주측지관측센터는 무료 개방되고 있다. 천체망원경을 대여하거나 설명이 필요한 경우 예약해야 한다. (044)860-4007. 누리집(www.ngii.go.kr/vlbi) 참조. 진입로가 공사 중이긴 하나 관람에는 무리가 없다.
-그 유명한 정부청사 옥상정원은 7~8월 혹서기에 문을 닫는다. 단일 공공청사 중 가장 길어 기네스북에 올랐다는 옥상의 길이는 15개 건물을 합해 3.4㎞에 달한다. 무려 10리 가까운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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