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일당, 파주 사무실서 2년 이상 합숙하며 ‘경공모’ 운영

檢, 조직적 댓글 조작 정황 포착

경찰, 매크로 구매 경로·비용 수사
댓글 공범 서유기 구속영장 신청
휴대전화 170대 등 용도 확인도


靑 “검·경, 사건 전모 밝혀달라”
野 특검 공세에 첫 입장 표명
‘경인선 회원’ 동원 의혹도 증폭


‘더불어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의 주범인 김동원(49·필명 드루킹)씨 등이 2년 이상 ‘합숙생활’을 한 정황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2017년 3월 27일 광주 광산구 광주여대 체육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통령 후보자 호남권역 선출대회에서 당내 경선에 출마한 문재인 당시 대통령 후보자의 부인인 김정숙(가운데) 여사와 김경수(오른쪽) 민주당 의원이 ‘경인선’(경제도 사람이 먼저다) 회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이진동)는 김씨와 여론조작에 가담한 양모(35·구속), 우모(32·구속)씨가 경기 파주의 느릅나무 출판사 사무실에서 수년간 숙식을 해결하며 지낸 것으로 파악했다고 18일 밝혔다. 양씨는 2015년 12월부터, 우씨는 2016년 3월부터 각각 사무실에서 숙식하며 김씨가 운영하는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관련 업무를 담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이 사무실을 ‘산채’라고 부른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 일당이 오랜 기간 조직적으로 대규모 댓글 조작 활동을 벌였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이날 댓글 조작 핵심 공범으로 밝혀진 박모(30·필명 서유기)씨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박씨는 댓글 조작에 사용된 매크로 프로그램을 구해 온 인물이다. 경찰은 박씨가 구한 매크로를 어떤 경로로 구매했는지 등을 수사하고 있다. 박씨는 조직의 운영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느릅나무와 같은 건물에 차렸던 비누·주방용품 제조·판매업체 ‘플로랄맘’의 대표를 맡기도 했다. 박씨는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 등에 문재인 대통령의 활동상을 담은 뉴스의 링크를 수차례 올렸고, 김경수 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글도 캡처해 여러 커뮤니티에 올리기도 했다. 재판에 넘겨진 우씨도 댓글 조작 매뉴얼을 제작한 핵심 공범으로 지목됐다. 경찰은 김씨의 지시로 범행에 가담한 양씨와 김모(29)씨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들 5명 모두 민주당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댓글 조작 근거지가 된 느릅나무에서 확보한 휴대전화 170여대의 용도에 대해서도 확인하고 있다. 이 휴대전화는 유심칩이 없는 구형 단말기로 와이파이로 연결돼 댓글 조작에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청와대는 이날 ‘드루킹 사건’과 관련해 처음으로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논평에서 “어지러운 말들이 춤추고 있지만, 사건의 본질은 간단하다”면서 “누군가 매크로를 이용한 불법행위를 했고 정부·여당이 상처를 입었다는 것으로, 검찰과 경찰이 조속히 사건의 전모를 밝혀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야당이 특검을 요구하며 전방위 공세에 나서자 철저한 수사를 통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2017년 3월 27일 광주 광산구 광주여대 체육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통령 후보자 호남권역 선출대회에서 당내 경선에 출마한 문재인 당시 대통령 후보자의 부인인 김정숙(가운데) 여사와 김경수(오른쪽) 민주당 의원이 ‘경인선’(경제도 사람이 먼저다) 회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2017년 3월 27일 광주 광산구 광주여대 체육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통령 후보자 호남권역 선출대회에서 당내 경선에 출마한 문재인 당시 대통령 후보자의 부인인 김정숙(가운데) 여사와 김경수(오른쪽) 민주당 의원이 ‘경인선’(경제도 사람이 먼저다) 회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안희청 초청 강연 연 드루킹
인터넷 댓글조작 혐의로 구속 수감된 ‘드루킹’(왼쪽)이 지난 1월 서울 모 대학에서 자신의 경제적공진화 모임 주최로 연 초청강연에서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소개하고 있다. 2018.4.17 [충남도청 제공,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안희청 초청 강연 연 드루킹
인터넷 댓글조작 혐의로 구속 수감된 ’드루킹’(왼쪽)이 지난 1월 서울 모 대학에서 자신의 경제적공진화 모임 주최로 연 초청강연에서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소개하고 있다. 2018.4.17 [충남도청 제공,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인터넷 댓글조작 혐의로 구속 수감된‘드루킹(오른쪽)이 지난 1월 서울 모 대학에서 자신의 경제적공진화 모임 주최로 연 안희정 충남지사 초청강연장이ㅡ 앞자리에 앉아 있다. [충남도청 제공]
드루킹 주최 행사 참석한 정치인들
댓글조작 혐의로 구속 수감된 김모씨(필명 ‘드루킹’ 맨 오른쪽 빨간색 화살표 표시 아래 노란색 리본을 착용)로 추정되는 인물이 지난 2016년 10월 3일 경기 파주 임진각에서 열린 10?4 남북정상선언 9주년 기념행사에서 정치인들과 나란히 앉아 박수를 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의원, 정의당 김종대, 심상정 의원,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2018.4.16 [연합뉴스 자료사진]
빈 물통만...
자유한국당 댓글조작진상조사단이 문재인정부 비방댓글과 추천 수 조작 혐의로 구속된 ’드루킹’ 김모 씨가 공동대표로 있는 경기 파주시 느릅나무 출판사를 방문한 17일 오후 사무실에는 ’경공모’라고 붙여진 빈 물통이 남아 있다. 경공모(경제적공진화모임)는 ‘드루킹’ 김모씨가 운영한 인터넷 카페다.2018.4.17 연합뉴스.
김영우 자유한국당 댓글조작진상조사단 의원(왼쪽 두 번?)이 17일 더불어민주당 당원의 댓글공작이 이뤄진 경기도 파주의 한 출판사무실을 찾아 ‘드루킹이 개설한 인터넷 카페 ‘경공모’ 회원들이 사용한 물통을 들어 보이고 있다. 2018.4.17/뉴스1
느릅나무 출판사 방문한 한국당 의원들
17일 오후 자유한국당 댓글조작진상조사단 단장 김영우 의원이 문재인 정부 비방 댓글과 추천 수 조작 혐의로 구속된 ’드루킹’ 김모 씨가 공동대표로 있는 경기 파주시 느릅나무 출판사를 방문, 사무실을 살펴보고 있다. 2018.4.17 연합뉴스.
17일 구속 기소된 김모씨가 운영하는 블로그 ‘드루킹의 자료창고’의 화면. 이 블로그는 사건이 불거진 뒤 전체 비공개가 됐다가 최근 일부 공개로 전환됐다.
드루킹 블로그 캡처
‘드루킹’ 댓글 작 사무실에 내걸린 손팻말들
문재인정부를 비방하는 댓글을 올리고 추천 수를 조작한 혐의로 구속된 ’드루킹’ 김모씨가 공동대표로 있는 경기도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 출입 계단에 댓글 조작을 규탄하는 손팻말들이 걸려 있다. 2018.4.16/뉴스1
문재인정부를 비방하는 댓글을 올리고 추천 수를 조작한 혐의로 구속된 ’드루킹’ 김모씨가 공동대표로 있는 경기도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 출입 계단에 댓글 조작을 규탄하는 손팻말들이 걸려 있다. 2018.4.16/뉴스1
더불어민주당 당원으로 ‘댓글여론 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김모씨(필명 ’드루킹’)가 지난해 대선이 끝난 뒤 김경수 민주당 의원에게 대형 로펌 ’법무법인 광장’의 변호사를 일본 오사카 총영사직에 앉힐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5일 민주당 측에 따르면 ’드루킹’이 김 의원을 여권실세로 판단해 김 의원에게 오사카 총영사 자리를 요구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사진은 서울 중구 법무법인 광장 사무실 앞 모습. 2018.4.16/뉴스1
안이 궁금한 安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15일 경기 파주 문발동의 느릅나무 출판사 사무실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곳은 더불어민주당 당원인 일명 ‘드루킹’ 등이 댓글 조작의 현장으로 사용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드루킹, 대선때 안철수 MB아바타 유포’
권은희 바른미래당 댓글조작대응TF 준비단장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19대 대선 불법여론 조작 게이트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가운데는 안철수 서울시장 예비후보. 2018.4.17/뉴스1
네이버 댓글 여론조작 사건 혐의 ‘드루킹’ 블로그 [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

한편 문 대통령 지지자들의 카페인 ‘경인선’(경제도 사람이 먼저다) 회원들이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의 공식 외곽 조직으로 활동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사건은 더욱 확산되는 분위기다. 김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문재인의 가장 날카로운 칼 경인선’, ‘대선 경선 당시 나와 함께했던 1000명의 경인선 동지들’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경인선 조직은 김씨를 구심으로 하는 ‘오프라인 모임’의 성격이 짙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인선 회원들은 지난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현장을 찾아 문 대통령을 적극 지지했다. 김정숙 여사도 경인선 회원들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 고마움을 표시하며 격려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 대통령이 당 대선 후보가 된 이후에는 공식 로고송 영상에 등장해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러나 공직선거법 87조는 “선거 후보자의 선거운동을 위해 연구소·동우회·향우회·산악회·조기축구회, 정당의 외곽단체 등 그 명칭이나 표방하는 목적 여하를 불문하고 사조직 기타 단체를 설립하거나 설치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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