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임명 대법관 14명 중 8명 ‘과반’… 사법불신 속 보수색 벗나

김선수·이동원·노정희 대법관 취임

‘非법관’ 등 다양성 강화… 주류 교체
‘양심적 병역거부’ 등 판결 변화 주목
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김선수·이동원·노정희 대법관 취임식을 마치고 대법관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조희대, 노정희, 김선수, 김명수, 이동원, 김소영, 권순일 대법관. 뒷줄 왼쪽부터 민유숙, 박정화, 김재형, 박상옥, 이기택, 조재연, 안철상 대법관.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김선수(57·사법연수원 17기)·이동원(55·17기)·노정희(55·19기) 신임 대법관이 2일 취임하면서 대법관 14명(대법원장, 법원행정처장 포함) 중 8명이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인물로 꾸려졌다. 대법관 판결의 보수색이 옅어질지 주목된다.

진보 성향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 출신의 김 대법관은 대법 판결에 변화를 주도할 상징적인 인물로 꼽힌다. 김 대법관은 취임식에서 “순수 변호사 출신 대법관이라는 국민 여러분의 관심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포함한 모든 구성원들이 존엄과 가치를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국민들이 가장 궁금한 건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대법원 판결이 진보적으로 바뀔 수 있느냐는 점이다. 한 변호사는 “판사들은 기본적으로 보수적인데, 대법관 대부분이 판사 출신이라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임명권자의 성향이나 사회적 분위기를 무시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관 구성이 과거보다 다양해진 만큼 기존 판례가 변화할 수 있다는 기대 섞인 시각도 있다. 재판연구관을 지낸 한 부장판사는 “대법원에서 가장 보수적인 사람은 기존 판례를 고수하는 1·2심 재판만 했던 재판연구관이라는 말이 있다”면서 “상고심을 담당하는 대법관으로서 시대정신에 맞춰 판례를 바꿔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법원 안팎에서는 다음달 공개변론을 여는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이 새롭게 구성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성격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한다. 2004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유죄 판결을 내렸고, 하급심에서 무죄 판결이 잇따르자 대법원은 최근 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14년 만에 회부했다. 한 부장판사는 “보통 판사 성향은 노동·공안 사건에서 갈리는 만큼 전교조 법외노조,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지위확인, 경찰의 쌍용차노조 상대 손해배상 사건에서 새로운 대법원의 성격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대법원 전원합의체에는 재판거래 의혹이 불거진 강제징용 손해배상 재상고심 사건, ‘블랙리스트’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를 받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사건 등이 회부돼 있다. 국정농단으로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 실세’ 최순실씨도 향후 전원합의체에서 심리할 가능성이 크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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