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출석 직전 ‘심적 고통’ 유서… 靑 하명수사 윗선 캐기 차질 빚나
‘김기현 첩보’ 민정실 前수사관 숨져
백원우 소환 앞두고 檢 수사 영향 불가피
靑 “특감반 울산행, 검경 불화 해소 차원”
황운하 “장어집 회동 송철호 시장 없었다”
靑 “전혀 예상치 못한 일” 공식 반응 삼가
민주 “檢 압박 탓”… 한국“文정권 압력 탓”
1일 서울 서초구의 한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A수사관은 ‘김기현 첩보 하명수사 의혹’의 참고인이면서 ‘유재수 감찰 중단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이정섭) 소속으로 확인됐다. ‘조국 민정수석실’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두 수사의 참고인이자 소속 수사관이 사망하면서 두 수사 모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A수사관은 청와대에 파견돼 올 2월까지 약 1년 6개월 동안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원으로 일했다. 지난해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울산으로 내려가 김기현 전 울산시장 친인척 관련 수사 상황을 챙긴 인물로 지목되기도 했다. 앞서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실은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부터 김 전 시장 관련 첩보를 이첩받아 경찰청에 하달했고, 울산경찰청에 첩보가 내려가며 본격 수사가 시작됐다.
단순한 첩보 이첩이 아닌 ‘하명수사’라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는 김 전 시장의 비위 첩보 접수와 전달, 경찰 수사 과정 등 이동 경로마다 백 전 비서관을 비롯한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계자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검찰은 백 전 비서관이 ‘별동대’ 성격의 별도 특감반을 구성한 뒤 행정관들을 직접 울산으로 파견해 수사 상황을 확인하게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A수사관은 백 전 비서관이 공식 직제에 넣지 않고 편성했다는 ‘백원우 특별감찰반’ 소속 6명 중 1명으로 알려졌으며, 관련 수사를 진행했던 울산지검에서 이미 조사를 받았다.
A수사관은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 부부장 검사실 소속이지만, ‘유재수 감찰 중단 의혹’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이유로 수사에서 배제된 상태였다. A수사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하던 일이 유재수 감찰과 맞닿아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A수사관이 청와대 파견 당시 정확히 어떤 업무를 수행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유재수 감찰이나 김기현 하명수사 모두와 연관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는 지점이다. 현재 서울동부지검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여권 핵심 관계자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비위를 확인하고도 감찰을 무마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여기서도 백 전 비서관 등 조국 민정수석실 관계자들이 등장한다.
결국 서울중앙지검의 ‘황운하 수사’와 서울동부지검의 ‘유재수 수사’는 수사가 진행되면서 조국 민정수석실의 ‘윗선’으로 향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 길목의 핵심 참고인인 A수사관이 사망하면서 검찰 수사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청와대가 “고래고기 사건으로 검찰과 경찰이 서로 다투는 등의 불협화음을 해소하기 위해 울산에 내려간 것”이라고 적극 해명하는 상황이라 검찰도 더욱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선 관련 의혹에 연루된 검경 출신 행정관이 여러 명인 만큼 수사에 영향을 주지 않을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간 검찰은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을 조사하고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계자들과 김 전 시장 사건을 수사했던 울산 경찰 관계자들도 다수 부르는 등 수사 속도를 높여 왔다. 당초 서울중앙지검은 백 전 비서관도 이른 시일 안에 직접 불러 조사할 방침이었다. 서울동부지검 역시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과 관련해 백 전 비서관을 조사할 필요성이 있다는 입장이었다.
최근 한 일간지는 지난해 1월 김 전 시장 수사를 지휘한 황운하 당시 울산경찰청장과 송철호 울산시장,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울산 장어집에서 만났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황 청장은 “그 시기에 장어집을 간 것은 맞지만, 송철호 시장이 왔다는 내용은 완전 허위”라고 반박했다.
청와대와 여권은 공식 반응은 물론 언급 자체를 삼가는 분위기다. 이번 논란으로 청와대와 검찰이 대립각을 세우는 모양새가 연출되는 민감한 시점인 만큼 불필요한 오해나 억측을 빚지 않겠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고 안타까워하면서도 “공식 입장을 낼 사안은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다만 여권 일각에서는 검찰이 해당 수사관을 지나치게 압박해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졌을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자유한국당 김현아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권력의 핵심까지 연관된 범죄가 아니라면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하는 사람이 이처럼 극단적 선택을 할 필요가 무엇이 있겠는가”라며 “문 정권의 압력이 얼마나 가혹하게 행사됐을지 짐작이 간다”고 했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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