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가 代 이은 배임죄 족쇄… 일각 “檢에 자충수 될 수도”
‘이재용 기소’ 치열한 법정다툼 예고
기존 판례서 무죄 많아 혐의 입증 난항에버랜드·제일모직 소송서 판결 엇갈려
‘주주이익 보호 의무’ 두고 공방 벌일 듯
2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이 전날 이 부회장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자본시장법 및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에 더해 “삼성물산 주주와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면서 업무상 배임 혐의를 새로 적용한 데 대해 재계에서는 ‘기준이 모호한 배임죄가 또다시 기업의 발목을 잡았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업무상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를 위배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할 때 성립한다. 법원에서 보수적으로 판단해 무죄율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칫 검찰에게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경영진에게 회사 재산이 아닌 주주 보호 의무가 있는지를 두고 공방이 예고된다. 삼성 변호인단은 기소 직후 입장문에서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할 수 없는 두 가지 이유를 꼽았다. ▲대법원 판례에서 이사의 주주에 대한 업무상 배임죄를 인정하지 않고 ▲합병으로 인해 구 삼성물산이 시가총액 53조원에 이르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을 소유하게 돼 이익을 얻었다는 점 등이다. 다만 수사팀장인 이복현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장은 “이사회에 주주이익 보호 의무가 부여될 수 있다는 취지의 판례 등 최근 배임 사건의 판례 흐름도 반영했다”고 밝혔다.
11년 전 이 회장이 최종 무죄를 선고받은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 사건’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당시 대법원은 회사 경영진이 보호해야 하는 대상은 회사의 재산이지 주주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에버랜드는 손해를 입지 않았다”며 무죄를 확정했다. 그러나 같은 사건으로 손해를 입은 제일모직 주주들의 손해배상소송에서는 업무상 배임 사실이 인정돼 130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이 부회장 사건은 서울중앙지법 경제 사건 담당 재판부가 맡는다. 이날 서울중앙지법은 “단독판사의 관할에 속하지만 사실관계나 쟁점이 복잡한 점을 고려해 재정합의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3일 형사합의24부, 25부, 34부 중 한 곳에 배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이후 멈춰 선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재판이 재개되면 이 부회장은 각각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을 오가며 재판을 받게 된다. 국정농단 사건 재판이 언제 다시 열릴지는 미지수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파기환송심 재판부(부장 정준영) 기피 신청에 대해 대법원이 판단을 내리지 않고 있어서다. 대법원이 결론을 늦게 내릴수록 내년 2월 인사 대상인 정준영 부장판사 체제에서 선고가 날 가능성은 점점 줄어든다.
이 부회장 입장에서는 유리한 상황은 아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횡령액이 86억원으로 늘어 실형 위기에 처해 있다. 판사의 재량(작량감경)으로 집행유예를 기대해 볼 수 있지만 재판부가 교체되면 불확실성은 그만큼 커지게 된다.
진선민 기자 jsm@seoul.co.kr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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