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억 한직’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증원…“인력·세금 낭비” 비판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5명 증원 후폭퐁

질문 답하는 한동훈 장관
(과천=뉴스1) 이광호 기자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9일 오후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로 들어서며 촉법소년 연령 기준 하향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6.9/뉴스1
법무부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증원에 나서자 검찰 안팎에서 ‘인력·세금 낭비’라는 비판이 나온다. 연구위원직을 이른바 ‘유배지’처럼 활용해 좌천 대상을 몰아넣을 것이 아니라 본연의 교육·연구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법무부는 지난 14일 관보를 통해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의 정원을 기존 7명(검사 4명)에서 12명(검사 9명)으로 확대하겠다고 입법예고했다. 이를 두고 검찰에서는 인사를 앞둔 ‘유배지 늘리기’라는 평가가 나왔다.

지방의 한 부장검사는 15일 “갑자기 인원을 늘릴 보직이 아니다. 연봉 1억원이 넘는 이들을 정치적 이유로 한직에 몰아넣는 것은 세금낭비”라고 지적했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명목상으로는 법무행정 등에 관한 연구를 위한 자리다. 하지만 실제 정책에 반영될 만한 중요한 과제를 다룬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연구 보조 인력, 예산 등 지원도 따로 없다. 검찰 관계자는 “연구위원은 1년여 동안 연수원이 정해주는 주제에 따라 한 건의 보고서나 연구 자료 등을 만드는 게 전부”라고 전했다.
법무연수원 들어서는 윤석열 총장 차량
신임 부장검사 리더십과정 강화 프로그램에 참석하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태운 차량이 14일 오전 충북 진천 법무연수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2020.1.14/뉴스1
특히 연수원이 지방에 자리 잡고 있는 데다가 검사의 핵심 업무인 수사·기소와는 동떨어져 있다는 점에서 한직으로 꼽힌다. 지난달 18일에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이성윤 고검장, 이정수·이정현·심재철 검사장 등 지난 정권에서 ‘친정부’ 성향으로 분류된 간부를 일제히 법무연수원으로 발령내자 인사 보복 논란이 인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연구위원을 유배지로 활용한 탓에 한 장관도 1년가량 법무연수원에서 근무한 바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가 연구위원 증원을 동의한 데 의문을 표하는 시각도 있다. 법무부는 증원을 요청하면서 국제 기준에 맞는 법무행정 현대화, 새 정부 국정과제 수행, 형사사법체계 개편 등을 이유로 들었다.
그렇지만 지난달 인사 명단을 보면 이러한 연구에 적임자로 보기 어려운 이들이 연구위원으로 합류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명분대로 연구위원이 실질적으로 일하는 곳이 되면 좋겠지만 실제 이유는 좌천성 자리를 만들려는 게 보인다”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검찰간부는 “좋은 책, 보고서 등을 내면서 검찰조직이 발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필요한 보직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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