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광명도 재난기본소득 전체 지급…고양시는 하위 80%만

부천시장은 “소상공인 2만명에 몰아주는 게 낫다” 소신 발언

고양시청 본관 전경
중앙정부가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경기 여주·광명·고양 등 지방자치단체들이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워진 지역경제를 살린다며 경쟁적으로 현금 살포에 나서고 있다.

이항진 경기 여주시장은 25일 기자회견을 열어 “코로나19 장기화로 파산상태로 내몰리는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소득과 나이에 상관없이 11만 1000여명의 여주시민 전체에게 1인당 10만원씩 재난기본소득을 정액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시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헌법상 권리를 갖고 있으며 시장은 시민의 이러한 권리를 보호하고 증진할 의무가 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재난기본소득은 3개월이 지나면 소멸하는 여주사랑카드로 지원하며, 경기도가 지급하는 재난기본소득 10만원과 중복해서 받는다.

박승원 광명시장도 같은 명분으로 모든 시민에게 1인당 5만원씩 재난기본소득을 정액 지급한다고 이날 밝혔다. 박 시장은 “코로나19로 고통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31만 6000여명의 시민들에게 보탬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지급 조례안과 추가경정 예산안이 시의회를 통과하면 다음 달 중 지역화폐인 광명사랑화폐로 지급할 계획이다. 필요한 예산 158억원은 재난관리기금에서 뽑아쓴다.

경기 고양시는 소득 하위 80% 시민들에게만 1인당 10만원씩 선별지급한다. 이재준 시장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고양시는 통계청의 ‘소득 5분위’중 상위 1분위(20%)를 제외하면 대상자의 신속하고 효율적인 선별이 가능하다”며 선별지급 방침을 설명했다. 그는 “필요한 예산 총 1000억원은 재난관리기금에서 220억원, 예비비에서 159억원 등을 확보했다”며 “관련 조례안이 내달 중순 통과되는 대로 지역화폐 또는 선불카드로 유효기간을 정해 지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시장은 “모두가 똑같은 가치를 누리는 것을 ‘평등’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상위 20%에게 10만원은 큰 돈이 아니지만, 코로나19로 하루 매출이 0원에 가까운 영세사업자에게는 단비와 같은 돈”이라며 선별적 지급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장덕천 부천시장은 재난기본소득의 ‘일괄지급’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장 시장은 지난 24일 자신의 트위트에서 ‘기본소득보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제목으로 “지금은 코로나19로 소비가 편중돼 있다”며 피해 산업에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는 “부천 인구 87만명에게 10만원씩을 지급하면 모두 870억원이 소요된다”며 “이렇게 하는 것보다 부천시에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2만여명에게 400만원씩 주는 게 낫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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