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훈 지사의 소통 첫 발… 월정리 해녀들의 ‘7년 아픔’ 달랠까
강동삼 기자
입력 2023 06 16 10:49
수정 2023 06 16 10:49
오영훈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15일 월정리 어촌계회관에서 월정리 동부하수처리장 증설사업과 관련 해녀들과 소통의 첫 발을 떼면서 이렇게 말했다. 오 지사는 동부하수처리장 증설을 둘러싼 갈등을 중재하는 자리로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상생방안을 고민하며 소통에 나섰다.
이 자리에는 김창현 월정리장, 김경복 어촌계장, 김영숙 해녀회장을 비롯해 월정리 해녀 40여명이 참석했다.
#오 지사 통 큰 소통… “해녀분들의 아픈 마음을 조금이나마 복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오 지사는 “동부하수처리장 증설과 관련해 제주도와 마을주민, 해녀분들의 입장이 갈리는 과정에서 마음의 고충과 여러 어려움을 겪은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사업을 추진할 때 법과 절차에 따라 불가피하게 진행해야 되는 측면도 있지만 더 상세하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영훈 지사는 이날 1시간에 걸쳐 월정리마을 주민들과 동부하수처리장 증설과 관련한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월정리해녀들은 ▲하수처리장으로 인해 오염된 해양생태계 복원 및 보상 ▲삼양, 화북지역 하수 및 자원순환센터 침출수 연결 차단 ▲용천동굴 주변 토지 경작금지 완화 ▲시공사 공사방해금지 가처분 신청 소송 취하 ▲수질검사 및 증설사업 용역 과정에 지역주민 참여 보장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오 지사는 ▲해양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월정리 연안 생태계 조사 용역 추진 ▲삼화지구 발생하수 유입 불가 원칙 재확인 ▲재산권 제한 최소화를 위한 조치 검토 ▲법적 조치 관련 해당 주무부서 통한 시공사 협의 진행 ▲관련 용역의 과업지시서에 지역주민 의견 반영 등을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동부하수처리장 이미 1일 평균 하수량 시설용량 대비 98%에 이르러 증설 시급
지난해 동부하수처리장의 1일 평균 하수량은 1만 1722톤으로 현재 시설용량 대비 98.0%에 이르러 최대 하수처리 용량에 육박하는 만큼 하수처리장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월정리 마을의 깨끗한 환경을 확보하려면 증설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곳에서 처리하는 동부권역(조천~구좌읍) 생활하수는 도내 하수발생량의 4.6% 차지한다.
도는 동부하수처리장 증설공사가 본격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월정리 지역주민들과 지속적인 대화와 협의를 통해 마을 상생방안을 마련하고, 월정리 마을회에서 요청하는 사항을 공사과정에 반영해 나갈 방침이다.
#동부하수처리장 있는 월정리에는 세계자연유산 등재 용천동굴 존재한편 1997년 6000톤 규모로 설립허가 받은 동부하수처리장은 2005년 거문오름계 용암동굴의 일부인 용천동굴이 인근에서 발견돼 다음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고 2007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다. 2011년 용천동굴 하류 구간(600m)이 문화재 구역으로 확대 지정됐다.
2014년 월정리 동부하수처리장은 기존 6000톤에서 1만 2000톤으로 증설됐다. 그리고 2017년 9월 동부하수처리장 2차 증설(1만 2000톤→2만 4000톤) 공사를 착공했지만 마을주민 반대로 공사가 중단됐다. 2018년 12월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현 국토교통부장관)는 주민 동의없이 증설공사를 하지 않겠다고 구두 약속했으나 2021년 10월 증설공사를 재개 결정했다.
이듬해인 지난해 7월에는 공사업체가 증설 반대 시위시 500만원씩 배상하라는 가처분신청을 제기했고 11월 법원은 공사 방해 주민(14명)은 1인당 100만원씩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이에 맞선 월정리마을회는 10월 공공하수처리설치 고시 무효확인 행정소송을 청구했다. 또 지난해 12월 허가기간 만료를 앞두고 제주도 유산본부에서 연장 허가를 진행했다.
# 증설 갈등 7년째… 월정리 해녀들“바다가 죽어가는 것을 지켜볼 수 없다” 아스팔트 위 농성이에 올해 1월 동부하수처리장 반대 월정리 비상대책위원회는 증설 사업과 관련 전·현직 제주도지사와 문화재청장, 관련 부서 공무원 등을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그리고 2월 제주지방법원은 월정리 마을 주민들이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제주동부하수처리장 증설 사업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기각했다. 지난 4월 월정리 해녀회는 24시간 농성을 진행하자 공사업체가 월정리 주민 32명과 시민 4명을 대상으로 공사방해 및 도로교통방해로 고소했다.
이처럼 증설을 둘러싼 갈등은 7년째에 접어 들었다. 고령의 해녀들의 아스팔트 위 농성은 진행형이다.
월정리해녀회 측은 “우리는 혐오시설을 기피하는 것이 아니고, 보상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생존권과 바다를 지키고, 문화재를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다”면서 “하수처리장으로 인해 월정리 바다가 변하는 것을 체감하는 해녀로서 생활터전인 바다가 죽어가는 것을 지켜만볼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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