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셀러 파이낸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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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국적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재명 대통령이 ‘똘똘한 한 채’ 분당 아파트를 시세보다 낮은 29억원에 내놓은 것이 지난 2월. 그때 곧바로 가계약이 체결됐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누가 어떻게 사 가나 궁금했다. 그 궁금증이 최근 보도된 대법원 등기부등본으로 해소됐다. 이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공동 보유했던 아파트는 지난 16일 김모·조모씨 부부에게 소유권이 이전됐다.

눈길을 끄는 것은 매수인이 이 대통령 부부 앞으로 17억 7700만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한 대목. 매수인이 29억원 중 절반이 훌쩍 넘는 잔금을 치를 때까지 이 대통령이 빌려준 셈이고, 매수인은 10월 말까지 잔금을 치른다고 한다. 원래 근저당은 은행이 집주인에게 돈을 빌려주고 잡는 것. 이 대통령의 사례는 매수인이 잔금을 나중에 내게 돼 매도인이 은행처럼 근저당을 잡은 경우다.

이 대통령이 부동산 정상화 의지를 보여 주겠다며 내놓은 아파트를 서둘러 처분하는 과정에서 매수인의 사정을 고려한 것이지만 석연찮은 면이 적지 않다. 불법이나 편법 거래는 아니더라도 이 같은 셀러 파이낸싱(매도인 금융)은 현재 부동산 시장 상황에서 꼼수 거래로 보일 소지가 다분하다.

셀러 파이낸싱은 일반적인 아파트 매매보다는 초고가 부동산 거래나 법인 간 거래에서 주로 쓰인다. 그런데도 이 대통령이 ‘은행 역할’을 하게 된 배경은 간단하다. 분당도 25억원 초과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2억원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탓에 매수인의 대출이 막혔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 과열을 잡기 위한 대출 규제가 이 대통령의 아파트 매매에 영향을 미친 역설이다.

이 대통령은 어제 국무회의에서 “불법과 편법이 동원되는 부동산 불로소득”을 비판했다. 이 말을 듣고 국민은 여러 생각이 들었을 법하다. 내일 이 대통령이 주재하는 부동산 대토론회에서 어떤 해법이 나올지 숨죽여 지켜볼 뿐이다.

김미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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